아파트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돈 내라니

입력
2020.08.23 10:00
16면
中 산둥성, 3인 가족 연간 3만원 비용 들어
코로나 속 아이들 장난에 전기료 부담 가중
"주민이 호텔 손님이냐" 반발, 당국 중지 명령


중국 산둥성 지난시 장추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탄 주민이 동전 모양의 파란 플라스틱을 갖다 대자 그제서야 작동한다. 지난달 도입한 선불카드다. 호텔에서 객실 카드를 꽂거나 갖다 대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발급비용 10위안(약 1,700원)을 내고 30위안(약 5,100원)을 충전하면 엘리베이터를 600회 이용할 수 있다. 1위안으로 20차례 오르내릴 수 있는 셈이다. 하루 6회 이용하면 한 달에 9위안(약 1,530원), 가족 3명이 매일 10차례 엘리베이터를 타면 매달 15위안(약 2,550원)씩 연간 180위안(약 3만600원)이 든다.

왜 이런 장비를 도입했을까.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물 밖에 나가길 꺼리는 아이들이 주로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을 치는 바람에 전기료 부담이 늘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고양이를 숨겨놓고 낄낄대거나 층수 버튼을 마구 누르며 건물 위아래로 휘젓고 다닌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료 전환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전기료를 절감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광고전단을 붙이고 다니는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이 아파트에는 4개 동에 10여대의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있다. 200여 세대가 모여 사는데 선불카드 발급 이후 전기요금은 40% 이상 줄었다. 이전에는 엘리베이터용 전기료가 5개월에 5만위안(약 850만원) 가량 들었다. 반면 집마다 3장의 카드를 발급해 30위안씩 충전하면 1만8,000위안(약 306만원)으로 모든 가정이 하루 4번씩 한 달에 120회, 5개월이면 600회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들의 장난에 구애 받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의견과 "관리비에 포함시키면 될 텐데 굳이 번거롭게 하느냐"는 반대 주장이 맞섰다. 한 살 배기 아이의 엄마는 "하루 10번 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유아용품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어 카드를 집에 놓고 올 경우 꼼짝없이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2016년 허난성 정저우시에선 아파트 면적에 따라 1㎡당 엘리베이터 사용료로 15위안(약 2,550원)을, 2018년 상하이에선 한번 탈 때마다 0.15위안(약 25.5원)을 받아 논란이 됐다. 법조계는 주민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고 부동산 계약서에 명시하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면 문제 없다고 해석했다. 이번처럼 관리사무소가 자의로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호텔 손님이냐"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관할 당국은 선불카드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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