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열사병 사망자가 폭증하자 고령자에게 에어컨 구입 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다 열사병 위험까지 감내해야 하는 고령자들의 여름철 건강 관리를 돕기 위해서다.
일본에선 20일 시가현 히가시오미시의 최고기온이 39.2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263개 관측지점에서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쿄도에서만 이달 들어 20일까지 누적 열사병 사망자가 148명이나 된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144명)보다 더 많다. 언론이 사용하는 '위험한 더위', '재해급 더위'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도쿄도 내 열사병 사망자의 대다수는 고령자로, 이 중 80%는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했어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월에 실시한 내각부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가구는 11.4%인데, 1인 가구는 16.2%였고, 70대 이상 1인 가구는 18.2%였다. 혼자 사는 고령자일수록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인 고령자는 좁은 집안에서 선풍기에만 의존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화통화로 대신하고 있어 실태 파악 자체가 어렵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열사병 대책으로 고령자 가구가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도쿄도 고마에시는 6월부터 열사병 대책으로 최대 5만엔(약 55만원)의 에어컨 구입ㆍ설치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65세 이상 고령자만 사는 가구가 대상이다. 지난 15일까지 한달 반 동안 70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고마에시는 지난해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도서관과 양로원 등을 열사병 예방시설로 개방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를 포기했다.
오사카부 마쓰바라시는 65세 이상 고령자만 사는 2만가구에 전기요금 지원 명목으로 매월 1만엔(약 1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고령자들 가운데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데도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마현 마에바시시는 주민세 납부 대상이 아닌 65세 이상에 대해 에어컨 구입ㆍ설치비용으로 최대 10만엔(약 110만원)을 보조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이후 약 40건이 접수됐다. 군마현 오미즈초는 4월부터 70세 이상 고령자 가구를 대상으로 냉방기구 구입비용의 절반(최대 3만엔)을 보조해주고 있다.
총무성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16일 열사병 증세를 보여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사람은 전국적으로 1만2,804명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7,914명)이 61.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