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사회로 복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들 중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실 코로나19는 새로운 질병이라 장기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19 감염시 심장ㆍ뇌 등 주요 기관의 손상 가능성을 감안해 완치자들의 건강 상태를 장기간에 걸쳐 추적조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지만 탈모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고 퇴원한 그는 "지난 4개월간 현기증, 위장 이상, 생리 불순, 심장 두근거림, 호흡 곤란, 단기 기억상실,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와 인터뷰한 로렌 니콜스가 밝힌 증상도 유사했다. 니콜스는 3월 초 코로나19 발병 이후 극심한 피로와 설사, 구역질, 두통, 단기 기억상실 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멜라니 몬타노 역시 복스에 "완치 판정을 이미 받았는데도 발병 7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폐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라며 “마른기침 등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에 의한 후유증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체 곳곳으로 침입해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689명의 폐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관찰한 결과 그 중 12명에게서 폐세포가 괴사해 빈 공간이 생기는 폐공동 증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지난 17일 사전 공개했다. 지난달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공개된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완치된 환자 가운데 87%는 발병 후 2개월이 지난 후에도 피로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게다가 육체적 후유증이 전부가 아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9일 "일본의 코로나19 생존자들이 '낙인찍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로부터는 완치됐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한 60대 여성 완치자는 퇴원 후에도 직장에 돌아갈 수 없었다. 시설 측은 "아동과 교류해야 하는 사람이 코로나19 환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학부모들과 아동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생존자는 단골 고객으로부터 "(코로나19) 음성이라는 인증서를 식당에 걸어 두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털어 놨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확산이 사회 구성원 간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존자의 건강상태 추적 조사에 착수했다. 레이클 에번스 영국 레스터대 호흡기 임상교수 등 연구진은 완치자 1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25년간 추적 조사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의대 연구진은 300명을 최소 2년간 추적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참여 중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전문가 스티븐 딕스 연구원은 "지속적인 증상은 몇 주나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될 수도 있다"면서 "HIV 연구는 이미 수십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