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폭풍전야, 잠복기 끝나면?'…주말 기점 확진자 폭발 증가 우려

입력
2020.08.21 17:45



전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 속도가 주말을 기점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름휴가 기간 파고 든 바이러스로 이미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2차 대유행’의 진원지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에 다녀온 이들의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확진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교인ㆍ방문객과 광화문집회 참여자 명단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들을 매개로 한 추가 집단감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24명이다. ‘신천지 사태’로 신종 코로나가 1차 대유행 하며 대구ㆍ경북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던 3월8일(367명) 이후 166일 만에 300명 선을 넘긴 것이다. 특히 일별 확진자가 세 자리수로 올라선 이달 14일 이후 불과 8일 만에 1,900명이 신규 확진됐다.

들불처럼 번지는 확산세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 첫 파도가 휘몰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닥칠 피해가 훨씬 클 것이란 얘기다. 이날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집회 등에서 이어지는 집단감염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지금은 대규모 유행이 전격적으로 전개될 것인지 기로에 선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보통 5~7일(최장 14일)이다. 이달 1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에선 아직 잠복기가 남아 있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20일 오후 6시 기준)는 총 739명. 전국 12개 시ㆍ도에서 나와 전국적인 전파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지난 15일 1만명 이상이 모였던 광화문 집회의 경우 잠복기가 끝나는 이번 주말부터 관련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현재까지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모두 60명(20일 낮12시 기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불거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n차 감염’이다. 김 교수는 “현재 신규 확진자 대다수는 이미 8월 초 여름휴가 기간 때 감염된 것”이라며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랑제일교회 예배나 광화문 집회에 직접 참석한 이들이 추가로 양성 판정 받으며 확진자 수가 늘고, 그들이 잠복기 동안 지역사회에 또 다시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이 교인 명단 제출 거부 등으로 이들의 정확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잿빛 전망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사랑제일교회나 광화문 집회 참가자 신병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경기도만 해도 포렌식 전문가를 포함한 2개반 210명의 역학조사 지원단을 구성,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현장 투입 시기를 검토 중이다. 다만 관할 행정구역 밖이어서 서울시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사랑제일교회의 반발로 전날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철수한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를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법에 없는 일조차 감행해야 할 코로나 전쟁인데 법령에 의한 권한 행사조차 못하게 하는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는 범죄집단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이날 광화문 집회 부산지역 인솔 책임자 37명 중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34명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광화문 집회 참가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인솔자 19명과 단체 1곳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광주시는 남구 모 교회 측에 광화문집회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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