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김여정 위임통치? 김정은 자신감에 따른 역할 쪼개기"

입력
2020.08.21 17:07
"북한 위임통치는 상하 역할 분담, 김정은이 조율" 
"김정은, 아버지처럼 만기친람해 몸 불편했을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고위 간부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며 '위임통치'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에 따른 역할 분담"이란 주장이 나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북한의 위임통치를 거론한 것과 관련, "최종결정권자가 권한을 조금 넘겨줄 순 있지만, 결정권까지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최종결정권은 김 위원장이 갖고 있고, 분야별로 웬만한 건 다 거기(김 위원장쪽)서 조율하고 조정한다"며 "역할을 쪼갰다고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행정용어인 전결권(결재권자가 하위 관리자에게 결재를 위임)을 언급하며 통상적인 위임통치의 개념과 다르다고 거듭 설명했다. 그는 "(고위 간부들의) 전결권이 키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 부처에서도 전결권을 차관이나 실국장이 가진 경우가 있는데, 전결이라고 해도 장관에게 보고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 이후 최종결정권자인 장관이 (결과를) 뒤집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또 "북한의 위임통치는 '횡적인 역할 분담'이 아닌 '상하 역할 분담'으로, (간부들이) 1대 1로 김 위원장에게 맞먹을 수 없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 부의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결정을 두고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간부들에 대한 신뢰가 쌓인 방증이라고도 진단했다.

정 부의장은 김 제1부부장, 박봉주 당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최부일 당 중앙위원회 부장,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부장 등의 인물을 언급하며 "간부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여정한테 시켜보니 조직 관리나 대남ㆍ대외 메시지 내는 일도 야무지게 잘 하고, 또 효과를 보니 (시킨 것)"이라며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을 하려다보니 몸도 좀 불편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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