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입덧으로 힘들 임신 12주 차가 되면 엄마는 병원에서 기형아 검사를 하자는 권유를 받습니다. 심장 소리를 듣거나 아기집을 확인하던 때의 기쁨과는 달리 괜히 긴장하게 되는데요. 기형아 검사란 태아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해 다운증후군이나 에드워드증후군, 신경관 결손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검사에요.
기형아 검사를 하는 방법은 우선 모체의 피를 뽑는 검사와 그다음 단계로 양수를 채취하는 검사가 있는데요. 양수는 그렇다 쳐도 엄마 피를 통해 태아의 기형 여부를 알 수 있는 원리는 뭘까요. 엄마도 주사는 무서운데요. 그것도 두 번이나 뽑는단 말이에요. 꼭 엄마 피를 뽑아야 하는 걸까요?
엄마 피로 태아 건강 정보를 얻는 원리는 바로 태반에 있습니다. 엄마가 섭취한 영양분 등을 걸러 태아에게 전달해주고 태아가 만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는 태반은 태아의 건강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도 만들어낸다고 해요. 또 엄마의 혈액 속에는 태아의 DNA 정보도 둥둥 떠다니고요.
기형아 검사는 정확히 말해 '모체 혈청선별검사'라고 하는데요. 전승주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모체 혈청선별검사를 통해 엄마의 핏속에 있는 태아 혹은 태반의 유래 단백질을 분석해 염색체 이상 여부와 신경관 결손 같은 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해요.
먼저 척추나 뇌 질환을 초래하는 선천적 기형인 신경관 결손이 뭔지를 알아보면요. 신경관은 임신 3주째 배아 단계에서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관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질환이 신경관 결손이에요. 쉽게 말해 무뇌증이나 뇌탈출증, 이분척추 등을 생기게 할 수 있어요.
태아에게 신경관 결손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엄마 피를 분석하면 됩니다. 만약 태아가 신경관 결손이 있으면, 엄마 혈액에서 특정 물질이 발견되기 때문인데요. 전 교수는 "신경관 결손 질환을 가진 태아를 임신한 경우 태아에서 AFP(알파태아단백)라는 물질이 합성돼 태아 소변을 통해 양수로 나오고 엄마 몸에서도 AFP 양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AFP 양뿐만 아니라 "β-hCG(사람융모성선자극호르몬), PAPP-A(임신관련혈장단백-A), uE3(비결합에스트리올), Inhibin-A(인히빈-에이) 수치의 증가 및 감소를 통해 해당 질환을 판별할 수 있다"고 해요.
염색체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를 통해서는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과 성염색체 이상 여부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다운증후군의 경우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경우 발생하는데요. 이를 두고 "'21번 세염색체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도 설명할 수 있어요. 에드워드증후군의 경우 18번 염색체에 세염색체 증후군이 있는 것이고요. 파타우증후군은 13번 염색체가 세염색체 증후군을 가진 겁니다. 전 교수는 "엄마 핏속에 있는 태아에서 유래된 작은 DNA 조각을 분석해 임신 10주부터 이와 같은 세염색체 증후군이나 성염색체 수적 이상을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만약 첫째 아기에 이어 둘째를 임신한 경우, 첫째 아기의 DNA 정보나 특정 물질이 검사 결과의 정확도를 낮추게 하지는 않을까요? 특히 바로 연달아 임신이 된 경우에는 괜찮을까요. 이지연 차의과학대 분당차여성병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검사 대상이 되는 DNA 특성상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이 교수는 "검사 대상인 세포유리태아 핵산은 배아 이식 18일째부터 발견할 수 있고 임신 37일 쯤이 지나야 엄마 피에서 발견되는데 반감기가 짧아 분만 약 2시간 이후부터 길게는 출산 후 이틀 내에 모두 없어진다"고 설명했어요. 다시 말해 엄마 몸 속에 있던 첫째의 세포유리태아 핵산은 출산 이틀 뒤면 사라진다는 뜻인데요. 이 교수는 "반감기가 짧은 특성 덕분에 과거 임신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현재의 임신 상황을 지켜보기에 적합하다"고 덧붙였어요.
양수 검사는 '산전 침습적 진단 검사' 중 대표적인 방법인데요. 이 검사는 모든 임산부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앞서 살펴본 기형아 검사는 임신 초기인 12주 차와 중기 16주 차로 나눠 채혈하고 이 두 검사 결과를 종합해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을 나누게 됩니다. 만약 여기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보다 '정확하게 살펴보자'는 차원에서 양수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설령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더라도 반드시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수 검사의 방법은 '양수 천자술'입니다. 전 교수는 "의사가 초음파를 보면서 긴 주삿바늘을 찔러 바늘 끝을 자궁 안으로 접근시켜 양막강(양막으로 둘러싼 태아가 자라는 공간) 안에 있는 양수를 채취해 양수 속 태아의 세포를 분리해 실시하는 유전자 검사"라고 설명했는데요.
문제는 '침습', 쉽게 말해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나 생물, 검사용 장비 일부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간다'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 교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고 유산 위험률이 0.1~0.3% 있는 만큼 모든 임산부를 대상으로 고려하는 검사는 아니다"라고 밝혔어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형아 검사의 정확도는 최대 95~96% 수준입니다. 검사 종류별로 정확도가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요.
전 교수는 "쌍둥이 임신이 아닌 경우,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와 함께 임산부 혈액 검사만으로도 80% 이상은 기형 여부를 발견할 수 있고 검사 결과가 잘못될 경우도 5% 내외"라고 설명했어요. 이 교수 역시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임신 초기와 중기 여러 모체 혈청 표지자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분석해 정확도는 최대 95% 정도"라고 말했고요. 굳이 단점이라면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 임신 중기인 16주 차 정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네요.
엽산은 임신 초기뿐만 아니라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권장하는 영양소입니다. 엽산이란 비타민B군 중 하나로 세포와 혈액 생성에 중요한 성분인데요. 전 교수는 "엽산은 특히 신경관 결손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습관성 유산, 반복 착상 실패, 시험관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는 "실제로 1998년 미국과 캐나다는 모든 밀가루와 옥수숫가루 제품에 엽산을 첨가하도록 했는데, 이후 2004년 캐나다 정부는 신경관 결손이 정책 시행 전과 비교해 54%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엽산의 효과에 대한 검증을 이뤄냈다"고 밝혔고요. 이 교수 역시 "WHO 보고를 보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혹은 관찰연구에서 엽산 복용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 발생 위험도를 낮췄으며 심혈관계기형, 사지기형, 요로계기형, 복벽결손 및 항문폐쇄 등의 발생을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엽산은 일상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에도 있긴 하지만 다른 비타민과 마찬가지로 보관이나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없어지기 쉽답니다. 결국 보조제 형태로 먹어야 할 수밖에 없는데요.
복용법은 임신 여부에 따라, 임신 기간에 따라 또 임신부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건강한 여성은 엽산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합 비타민 속에 있는 엽산 정도만 섭취해도 충분한데요.
임신을 준비 중인 경우, 빠르면 석 달 전 늦어도 한 달 전부터는 엽산 보조제를 먹어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임신한 경우 단태아는 하루 0.4mg 이상, 다태아는 하루 1mg 복용을 하는 것이 좋고요. 임신 후 14주까지는 꾸준히 먹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전 임신에서 신경관 결손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적이 있거나 본인이 신경관 결손증, 당뇨병, 비만, 간질 등이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여성의 경우엔 임신 3개월 전부터 하루 4mg 이상씩의 엽산 섭취를 추천한다고 하네요.
또 출산 후에도 엽산을 먹어주면 좋다고 하는데요. 분만 후 한 달에서 6주 정도 또는,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 수유 기간 내내 섭취해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