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 서울대 미학과 교수 “K 방역, 인권침해 요소 없는지 되돌아봐야”

입력
2020.08.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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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식이 민주적인 모델이란 찬사를 받았지만 인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사회적 합의는 충분히 이뤄진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신혜경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20일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코로나19 현상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보고서에서 “한국의 감염자 동선 정보는 도처에 존재하는 폐쇄회로(CC)TV, 스마트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신용카드 거래내용을 추적해 만들어지고, 그 정보는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널리 보급된 국내 스마트폰을 통해 방방곡곡으로 전달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대응에 모범적으로 나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K 방역’에 대한 인권 측면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동선 추적과 정보 공개가 감염자의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존중한 것인지, 훔쳐보기와 호기심으로 인해 사생활이 가십성으로 소비될 우려는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세월호 사건 등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시민 안전ㆍ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한국식 참여 민주주의 경험이 신종 코로나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내 방역 성과에서 저임금 공공의료 노동자들과 하급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형인 신종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방향을 어렴풋하게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타인과 관계,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들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며 “쉼 없이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잠시 멈추어 서거나 느리게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우리 삶에서 진정한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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