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전국 수해 지역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여느 때라면 피해 현장에 각종 봉사팀을 파견, 복구에 직접 힘을 보탰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대유행급' 강타로 간접지원에 그친다. 적다면 적은 지원이지만 어려운 시기 자매도시간 우의와 의리를 다지고 결속을 강화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의 한복판에 있는 서울시는 6억원의 현금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20일 서울시 관계자는 “수해로 큰 피해를 본 강원, 충북, 충남, 광주, 전북, 전남, 경남 등 7개 시ㆍ도에 구호 물품을 긴급 지원한다”며 “이후에는 피해 농가 생산 농산물의 판로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대외협력기금을 활용한 이번 지원 사업은 대한적십자사 지역 지사로 전달되며 해당 지자체의 이재민 구호, 복구 등을 위한 물품 지원에 쓰인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25개 자치구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자치구의 수해 복구 지원은 주로 자매결연을 맺은 지자체들을 상대로 이뤄진다. 이번 수해 지역에 가장 많은 자매 도시를 두고 있는 강동구의 신속한 지원이 우선 눈에 띈다.
강동구는 지난 10일부터 경기 이천, 충북 음성ㆍ진천군을 직접 찾아 체온계, 미니 탁자, 생수, 컵라면 등을 전달했다. 음성은 지난 7일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곳이다. 이 외에도 경남 거창군과 전남 곡성, 전북 진안 등 멀리 떨어진 지자체에는 택배를 통해 구호 물품을 보냈다. 강동구 관계자는 “수해를 입고도 다시 확산한 코로나19로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수해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면 약소하다”고 말했다.
종로구도 돋보인다. 사망자가 발생한 곡성군(사망 6명)과 안성시(1명), 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전남 나주시에 침구 800세트, 쌀 100포대 지원을 지난 14~17일 마쳤다. 종로구 관계자는 “인도적 구호 물품이어서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영등포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등포시장 상인연합회를 통해 생수와 쌀, 컵라면 등을 실은 2.5톤 트럭에 ‘충주시민 여러분! 힘내세요!’ 플래카드를 붙여 보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사망ㆍ실종자가 13명에 이르는 충북도에서도 그 피해가 충주에 집중됐다”며 “적절한 계기에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들의 이번 지원은 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나은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일방통행식 지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동대문구의 경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나주시와 제천시, 음성군 등 5곳에 컵라면, 타올, 생수, 마스크 등 2,0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했는데, ‘보답’의 의미가 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지난 3월 코로나19 초기 기관지 건강에 좋은 배즙을 나주시민들이 보내줬고, 그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던 터였다”며 “바로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시ㆍ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 차원에서도 수해 복구 봉사활동 계획을 세웠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했다"며 "요즘같은 지자체 활동이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까지 성동구(진천, 음성), 서초구(예산, 이천), 서대문구(아산), 은평구(단양) 등 자치구들이 수해를 입은 자매 도시에 '온정'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