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최종 패소…"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입력
2020.08.20 15:19
2011년부터 9년 만의 판결…3,000여명에 500억원 지급
경제계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영상황에 임금부담까지"

기아자동차가 노동조합과 9년 간 끌어온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아차는 500억원 규모의 추가 임금을 지급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되지 않은 것을 두고 다른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00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시간 중 10∼15분의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고 토요일 근무 역시 '휴일 근로'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도 잘못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2011년 기아차 노동자 2만7,000여명이 정기상여금·일비·중식비 등 일부 항목도 통상임금으로 포함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에 마무리를 짓게 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사측이 근로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총 4,22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에서는 중식비, 가족수당 등만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면서 4,22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다만 기아차가 실제로 지급하는 추가 임금은 5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2심 판결 뒤 노사가 상여금을 평균 월 3만1,000원씩 올리고 평균 1,900여만원의 추가 급여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번 상고심에는 3,000여명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임금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유사한 소송에 직면한 주요 기업들도 이번 소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판결 관련 코멘트를 내고 "노사가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경영계는 심히 유감스럽게 여긴다"며 "대법원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하는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기준이 불분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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