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팔꿈치를 양 옆으로 내밀고 허리에 손을 얹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비호의적인 느낌을 준다. 뭔가 잘못돼 불편함을 느꼈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우월함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은연 중에 배어 있다. 초상화에 이런 자세가 보인다면 후자로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지쳤거나 지겨워졌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동작 중 하나는 다른 신체부위에 머리를 기대는 것이다. 기댄다는 행위는 휴식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자세로는 손바닥으로 머리 받치기가 있다. 손등이나 한쪽 무릎으로 턱을 괼 수도 있는데 모두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그림이나 사진 속의 '몸짓 언어'를 분석하면 '동물적 존재'이자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3,000점이 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려 온 화가인 저자의 촘촘한 분석이 담겼다. 예술 작품들 속에 묘사된 인간의 몸짓에 주목한 저자는 수많은 몸동작의 의미를 인사말부터 모욕까지 아홉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책을 덮고 나면 사진 속에서 ‘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