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부동산 재산이 국민 평균의 4배인 11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초단체장 상위 10명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39억원으로, 국민 평균의 13배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상가 건물로만 72억원 규모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배우자 명의로 주택 13채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수도권 기초단체장 부동산 재산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기초단체장들의 재산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수도권 기초단체장 65명(서울 25명ㆍ경기 30명ㆍ인천 10명, 더불어민주당 61명ㆍ미래통합당 4명)의 1인당 평균 재산은 15억4,000만원으로, 이중 부동산 재산이 전체의 70%인 10억8,000만원을 차지했다. 특히 상위 10명의 부동산 가격은 평균 39억원으로, 국민 평균(3억원)의 1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부동산 재산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이었다. 김 구청장은 76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중 72억 3,000만원이 상가건물이었다. 70억1,000만원의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 50억1,000만원의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김 구청장의 뒤를 이었다. 정 구청장과 조 구청장도 상가건물만 각각 51억원, 34억원 보유해 '건물주'의 면모를 보였다.
경기 단체장 중에서는 엄태준 이천시장이 47억원, 인천 단체장 중에는 이재현 서구청장이 15억5,000만원으로 부동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단체장으로 확인됐다.
최근 문제가 된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기초단체장들 역시 다주택 보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65명의 수도권 단체장 중 다주택자는 16명으로 전체의 24%나 됐다. 상위 5명의 주택 수는 34채로, 1인당 평균 7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주택자 1위는 백군기 경기 용인시장으로, 총 14채를 보유 중이었다. 이중 13채가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한남동 연립주택이며, 1채는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다. 2위는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9채), 3위는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4채)다. 특히 서 시장은 보유한 9채의 주택 중 8채가 연식이 20년 이상된 주공아파트로, 언제든지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 진행될 수 있어 투기 정황이 의심된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이들이 보유한 주택의 시세는 1인당 평균 2.9억원, 41% 급상승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부동산 가격이 33억8,000만원에서 46억1,000만원으로 상승해 12억3,000만원(36%)의 가장 많은 평가 이익을 나타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보유한 아파트 2채 시세가 무려 78%(10억7,000만원) 올랐다. 경실련은 단체장 재산 신고가 시세가 아닌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들이 더 많은 평가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실련은 "선출직 기초단체장도 국민 평균 부동산의 4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주택 비중도 24%나 된다"며 "이 때문에 집값 상승에 따른 국민 고통을 외면하고 부동산 정책 개혁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단체장들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