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ㆍ유벤투스)의 '노쇼' 사건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이탈리아 사법당국의 협조를 얻지 못해 개운치 않게 마무리될 전망이다. 당초 이 사건은 경기 주최사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지만, 경찰은 사기죄 대신 주최사의 도박 광고 관련 혐의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장이 접수된 호날두와 K리그 올스타전 주최사 '더페스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지난달 31일 검찰에 사안 송치(수사 잠정 보류 의견)했다. 다만 경찰은 더페스타 측이 해당 경기 중 사설 도박업체의 광고를 전광판과 광고보드에 게시한 건에 대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더페스타 측은 지난해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K리그 올스타팀과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를 주최하면서, 호날두가 출전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출전시키지 않고 티켓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이 경기는 오후 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이 경기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지연돼 시작되기도 했다.
당시 45분간 출전하는 것으로 홍보됐던 호날두는 끝내 벤치에만 머물렀고, 최고 40만원에 이르는 고가 티켓을 구매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이후 국내에서 호날두의 인기는 크게 추락했고, 노쇼 논란으로 인해 '날강두'라는 별명을 새로 얻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비난에 그치지 않고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 티켓 판매처인 티켓링크, 경기에 참가한 유벤투스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을 사기 및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해왔지만, 이탈리아 경찰의 협조를 받지 못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올해 1월 법무부와 외교부를 통해 국제형사사법공조 절차를 밟아 이탈리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반 년 넘게 답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마무리가 더 늦어질 수 없다고 판단, 수사가 완료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만 먼저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시 보류된 사기 혐의 수사는 이탈리아에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탈리아 사법당국에 공조 요청을 했으나 아직까지 요청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응답이 오는 대로 자료를 검토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탈리아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상황이라 언제쯤 자료를 수령해 수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함께 고소장이 접수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티켓링크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호날두가 경기에 뛰지 않을 걸 알고 이들이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혐의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