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전단 살포 단체 설립 허가 취소 등 정부가 추진한 주요 대책이 모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때문에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정부가 법리 문제 등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비판이 비등해지고 있다.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며 남북 간 통신선 차단을 비롯해 관계 단절을 선언하자 통일부는 부랴부랴 3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겨냥해 △통일부 산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수사의뢰 △통일부 등록 단체 전반에 대한 사무검사 실시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설립허가 취소 처분부터 제동이 걸렸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각각 통일부를 상대로 제출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취소 처분시) 단체에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취소 처분을 유보했다. 통일부 등록단체에서 취소되면 기부금 모집단체에서 해제돼 사실상 '돈줄'이 끊기지만 법원의 인용 판결로 일단 두 단체는 한 고비를 넘었다. 반면 통일부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제재방법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사법 처리도 진전이 없다. 경찰은 두 달 전부터 40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남북교류협력법ㆍ항공안전법ㆍ공유수면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살펴보고 있지만 19일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선례가 많지 않은 사건이라 법리 분석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론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엄정 대응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통일부의 등록법인 사무검사 카드는 국제적 인권 이슈로 번져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통일부의 조치가 정치적 결정이고,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한국에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주요 인권이슈를 다루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소속 퀸타나 보고관이 통일부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 국제적 망신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급급해, 대북전단 강경 대응에만 너무 속도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민 단체의 삐라 살포로 남북 간 갈등이 불거진 것은 10여년 넘게 반복된 문제다. 현행법 체계에서 적극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카드를 남발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직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법의 유권 해석을 달리해 소급 적용하거나,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해석해 처벌에 나서니 해당 단체들 입장에선 '정치적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여론도 악화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기 보다 해당 행위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대북전단 규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맞물려 사회적 합의 없이 법 제정은 어렵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기 보다 입법 필요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