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생기는 직장질루, 장루ㆍ배변주머니 없이 치료"

입력
2020.08.19 09:51


자연 분만 과정에서 임신부에게 생길 수 있는 질환이 ‘직장질루’다. 직장질루는 장과 질 사이 벽이 얇아지다가 누공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질루는 흔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지만,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질루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치료할 때 불편하다는 이유로 미루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직장질루를 치료할 때 장루(인공 항문)와 배변주머니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장루를 하지 않고 한 번에 직장질루 수술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직장질루 원인은 다양한데, 먼저 출산 과정에서 산도(産道)가 직장 쪽으로 찢어지면서 누공이 발생하면서 생길 수 있다. 또 회음부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실에 의해 감염이 되면 염증과 함께 누공이 생기기도 한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오랫동안 나오지 못해도 조직이 괴사하면서 누공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방사선 치료나 염증성 대장질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누공을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채 생활하다 보면 점점 크기가 커진다. 누공이 작을 때는 불편만 하다가 병이 진행될수록 가스나 대변이 항문이 아닌 질을 통해 새어 나온다.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특히 자연 분만 후 직장질루가 발생하면 여성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심각한 상실감과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장루를 만들지 않고도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다. 장루 없이 누공 부위를 직접 봉합하는 수술법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없으면 표준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이 수술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안 교수 수술팀은 출산 직후 1~2㎝의 누공이 생긴 36세 여성이 ‘직장질루 원 스테이지 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회복된 사례를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서 보고했다.

'직장질루 원 스테이지 수술’을 시행하면 환자는 2주만 입원하면 되고, 수술 후 며칠 만에 장루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직장질루 치료에 장루와 배변주머니가 꼭 필요하다고 오인해 수술을 꺼리고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며 “이제는 한 번의 수술만으로 장루 없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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