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재단 "언택트 넘어 디지털 컨택트로 클래식 선도한다"

입력
2020.08.18 15:08
다음달 16~26일 '마포 M 클래식 축제'


"언택트(Untact)를 넘어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를 지향합니다. 올 가을엔 하늘공원에서 연주되는 슈만의 '환상곡'을 안방에서 감상하세요.'

마포문화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클래식 공연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에 앞장섰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무대 위 공연을 온라인으로 단순 중계하는 수준을 벗어나 디지털 공연 자체를 하나의 정규 장르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특히 지역 문화단체 정체성에 걸맞게 지역 명소를 무대로 활용한 기획이 돋보인다.

18일 재단은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16~26일 열리는 '마포 M 클래식 축제'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5년 전 시작해 올해 5회를 맞는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누적 관객 수 23만명에 달하는 주요 클래식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김명곤 재단 이사장은 "코로나19는 축제의 개념을 바꾸고 있는데, 공간이 있고 사람이 모여야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면서 "여러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축제를 만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올해 행사 대부분을 비대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온라인으로 추진하되, 적극적인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우선 재단이 야심차게 기획한 공연은 클래식과 명소의 결합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명소 6곳을 '마포 6경'으로 선정하고, 야외 클래식 무대를 마련한다. 서울함공원(18일), 광흥당(19일) 하늘공원(20일) 경의선숲길(22일) 월드컵공원(23일) 마포아트센터(24일)가 그 주인공이다. 실황공연 중계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만큼, 아예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문지영 일리아 라쉬코프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김다미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선다. 프로그램도 베토벤부터 드뷔시, 엘가, 브람스, 슈만 등으로 다양하다. 송제용 재단 대표는 "당초 밤섬과 절두산 순교성지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공연이 쉽지 않아 최종 6곳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축제 메인콘서트로서, 다음달 26일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되는 '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는 가상현실(AR)과 증강현실(VR), 드론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마포아트센터에 세워지는 670인치 대형 LED화면을 통해 클래식 선율이 시각적으로 형상화 된다. 이날에는 마포구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M콰이어'가 소프라노 캐슬린 김 등 성악가와 오케스트라와 함께 '사랑으로'를 부른다. 연주자 간 거리두기를 위해 합창단은 모두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무대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노래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대면공연의 끈을 이어가는 노력도 있다. 다음달 16일부터는 사흘간 망원한강공원 축구장에서는 텐트 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텐트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첼리스트 임희영 등이 가을밤을 수놓을 클래식 선율을 들려준다. 23~25일엔 얌모얌모 남성중창단 등이 아파트 단지를 찾아간다. 주민들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시도 된 '발코니 콘서트'로, 장소 및 시간은 조만간 마포아트센터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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