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의 '반란'... "트럼프 낙선시켜야" 공화당 바이든 지지 잇따라

입력
2020.08.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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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간 '경고' 익명 저자 
"트럼프 퇴임시키자" 새 서문
케이식 전 주지사 등  인사들도 
민주 전대서 바이든 지지 선언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전쟁의 막이 오르면서 속속 ‘반란’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화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있다. 친정인 공화당 인사들이 민주당 전대에 등장해 대통령을 저격하고, 심지어 현직 행정부 고위 관료조차 “트럼프 낙선”을 외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이름은커녕 성별도 공개되지 않은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해 발간한 저서 ‘경고’의 새 서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저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을 권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 “국가가 결속되지 못하고 실패할 것”이라고 적어 사실상 반(反)트럼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전ㆍ현직 백악관 관리들을 향해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2, 제3의 폭로를 부추긴 것이다. 저자는 다만 지난해 출간 당시 공언한 신원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자신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내부고발자는 지난해 11월 세상에 나온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연방판사들을 없애 버리자”고 발언한 내용을 공개하는 등 현직 당국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백악관 내부 사정들을 다수 증언해 트럼프를 궁지로 몰았다.

트럼프 캠프는 발끈했다. 팀 머토 캠프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워싱턴 내부자들을 상대로 책 장사에 나선 다른 내부자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름조차 밝히지 못하는 겁쟁이”라는 비난도 잊지 않았다.

바이든 지지를 공개 선언한 공화당 인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개막한 민주당 전대에는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주(州) 주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와 경쟁한 인물이다. 케이식 전 주지사는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었으나 당에 대한 지지보다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우선”이라며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 등도 화상 연설을 하며 바이든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공화당 안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주류에 속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에서 일했던 관료 200여명은 지난달 1일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회’라는 이름의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결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부시ㆍ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이 ‘오른쪽 PAC’을 조직했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과 ‘링컨 프로젝트’ 등의 단체들도 주요 접전 지역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바이든을 옹호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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