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은 '대규모 봉쇄(락다운)'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막았고, 경제 전반의 충격도 덜했다.
하지만 개인의 일자리 충격 강도에는 편차가 컸다. 꼭 전면 봉쇄가 아니어도, 경제 주체들이 코로나 공포로 상당 부분 경제활동을 줄이면서 소매 상점과 식당 노동자처럼 필수적이지 않거나 대면접촉이 많은 일자리들이 먼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과장과 이상아 조사역이 공동 작성한 이슈노트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에서 6월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이들 대부분은 매장판매나 음식 관련 노무 등 이른바 '취약 일자리'에 종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취약 일자리란 △보건ㆍ의료ㆍ전기ㆍ가스ㆍ수도 등 필수재 공급 산업이 아닌 '비(非)필수 산업'의 일자리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 △대면접촉도가 높은 일자리 등 3가지를 가리킨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 수 감소에서 비필수, 비(非)재택근무, 고(高)대면접촉 일자리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106%, 77%, 107%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필수 일자리나 대면접촉이 적은 일자리에서는 취업자가 일부 늘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실업이 비필수 일자리와 고대면접촉 일자리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오삼일 과장은 "비필수 일자리의 취업자수 감소 비율이 높다는 것은 국내에서 본격 봉쇄 조치가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봉쇄 조치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약 일자리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 봉쇄 조치가 발동될 경우 바로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를 줄일 수밖에 없는 비필수ㆍ비재택근무 일자리 취업자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재택근무ㆍ고대면접촉 일자리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46%로 나타났다. 이런 일자리에는 교육 수준(고졸 이하)이나 연령(청년층), 소득수준이 낮은 개인이나 여성, 임시일용직,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 취약계층이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오 과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재조정이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