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복사판' 전광훈 교회 방역이 정치 탄압인가

입력
2020.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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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가 315명으로 늘어났다. 신천지 대구교회(5,214명)에 이어 집단감염 사례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하지만 교회 측 방문자 명단의 정확성이 떨어져 방역 당국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회 측과 일부 보수 진영이 정치 탄압을 받는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 유감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교인 4,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에 대한 검사가 끝난 가운데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319명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검사가 계속될수록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교인 가운데 주소 불명자가 669명이나 되고, 이들 대부분이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감염병 확산 우려에도 광복절인 15일 광화문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연단에 올라 거꾸로 “교회가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고 말한 이 교회 전광훈 담임목사의 행태는 이미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 심지어 교회 측이 접촉자 명단에 다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도용해 허위 신고했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방역 당국에 교인 명단과 위장 집회 시설 현황을 축소하거나 누락한 채 제출해 놓고 종교 탄압이라고 선전전을 폈던 신천지 교회의 행태와 똑 닮았다.

미래통합당도 전 목사가 현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태에 침묵하거나 “대통령이 특정 교회, 특정 종교인을 공격한다”는 식으로 두둔해선 안 된다. 전 목사의 행태는 감염병 차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방역 당국이 방역 방해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전 목사의 재수감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신청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건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는 의미다. 동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상식 이하의 행위는 정치가 아니라 방역 차원에서 접근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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