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의 따라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양분했던 남성 유권자와 압도했던 무당파층 모두를 대거 잃으면서 15개 경합주(州)는 그야말로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명이 아직 별무효과였던 셈이다. 17~20일 전당대회 문턱에서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지난 12~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해리스가 50%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마이크 펜스(46%)를 4%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6월 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14%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지만 이번엔 오차범위(±3.7%포인트) 내로 좁혀진 것이다. 특히 15개 접전지역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49%)이 트럼프 대통령(48%)에게 1%포인트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번 조사는 등록유권자 987명을 포함한 성인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35~64세 남성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대거 쏠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조사 때는 지지율이 비슷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조사(40%)에서 트럼프 대통령(56%)에게 크게 밀리면서 이 연령대 전체 지지율에서도 역전당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또 그동안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무당파층에서도 46%를 얻는 데 그쳐 트럼프 대통령(45%)과 초접전 양상이 됐다.
거센 비난을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 전략은 일정 부분 정치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 비율은 8%에서 4%로 줄어든 반면 보수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는 76%에서 85%로 올랐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대적으로 미약한 존재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찍겠다는 답변은 30%인 데 비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선 같은 응답이 19%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그 반대의 경우도 각각 29%, 13%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호(59%)가 바이든 전 부통령(32%)보다 훨씬 더 큰 변수라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NBC방송ㆍ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전체 지지율은 바이든 전 부통령(50%)과 트럼프 대통령(41%) 간 격차가 6월 조사(11%포인트)보다 약간 줄어든 정도였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때문이라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조사를 진행한 피터 하트는 "민주당과 바이든 팀에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선 긍정평가가 더 많았다. ABC방송ㆍ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선 찬성이 54%로 반대(29%)를 압도했다. 다만 NBCㆍWSJ 조사의 경우 긍정과 부정이 각각 39%, 35%였다. 해리스 의원에 대한 긍정평가가 아직은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17일부터 4일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화상 연설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이 참여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지막 날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