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6기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제재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선 결과를 조작하고 시위대를 탄압했다는 이유에서다.
16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EU이사회는 각국 외무장관들이 지난 14일 화상회의에서 벨라루스의 대선 조작, 시위대 탄압, 폭력행위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사회는 즉시 제재 명단 작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199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야권은 즉시 선거 부정을 주장했고,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현재까지 최소 7,000명이 체포됐으며 2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9일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는 2004년부터 인권 침해, 부정 투표 등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해왔다. 상당수는 2016년 해제됐으나, 무기 금수와 야권 활동가 등의 실종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신규 제재는 명단에 오른 개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EU 내 자산을 동결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라루스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까지 8일째 각지에서 대규모 저항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은 루카셴코 지지자들도 민스크 시내에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직접 현장을 찾은 루카셴코 대통령은 "외세가 새 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선거를 다시 치르면 우리는 망할 것이다. 외국에서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며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