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왜 '40대ㆍ연정 라인' 최종건을 외교부 2인자로 보냈나

입력
2020.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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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의 외교부 1차관 영전 두고 관측 분분


최종건(46)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지난 14일 차관급 인사에서 외교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외교부 주류인 이른바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깊숙히 관여해왔다. '실세 차관'을 들인 외교부의 대북 정책 관여 공간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정 라인' 출신 성과주의자... "뭔가 보여주려 할 것"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필두로 한 연정 라인은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연정 라인 멤버다.

최종건 차관은 연정 라인 막내 격이지만,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으로서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낸 실력자로 꼽힌다. 또한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외교가에서 "최 차관이 외교부 차관으로서 뭔가 다시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 차관을 외교부로 보낸 것은 얼어붙은 비핵화 협상 재개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변수로 북핵 외교가 얼어붙었지만, 대선 전후 협상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외교 현장에서 직접 찾겠다는 최 차관 본인의 의중도 이번 인사에 담겼다는 후문이다. 이에 그는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직제 상 북핵 문제는 차관급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총괄하고, 장관에게 직보하도록 돼 있다. 최 차관이 일반적인 대미 외교를 주도하면서 북핵 문제에선 이 본부장과 협조 체제를 이루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갈등 관계' 김현종-최종건 윈윈?


최 차관의 외교부 행을 단순히 정책 필요성에 따른 인사만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오랜 불화설 때문이다. 두 사람 간 갈등 관계는 외교가에선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다.

청와대가 김 차장을 인사조치 할 것이라는 소문도 한 때 있었다. 김 차장은 최 차관과의 불화설 이전에 강경화 장관 등과 갈등을 빚는 등 종종 입길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개편에서 김 차장은 청와대에 잔류했다.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영향을 미쳤고, 최 차관에 대해선 청와대가 '외교부 넘버2로의 승진'으로 배려해 줬다는 게 여권의 일각의 해석이었다. "김 차장과 최 차관이 '윈윈'한 셈"이라는 말도 나온다.


같은 차관급 이도훈과는 범띠 띠동갑


외교부 안팎에선 최 차관의 이력을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외교관이 아닌 학자(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최 차관은 실무외교 경험이 없다. 공직자 경험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게 전부다.

40대 중반인 젊은 나이도 보수적인 관료 세계에선 약점이 될 수 있다. '역대 최연소 외교부 1차관' 기록을 세운 최 차관은 외교부에서 선임 과장 정도의 연배다. 아래로 이도훈(58) 본부장과는 호랑이띠 띠동갑이고, 직속 상관인 강경화 장관과는 18살 차이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그러나 "최 차관은 청와대 근무 시절에도 외교안보 부처의 실장급 관료들을 종종 청와대에 불러들여 정책 토의를 했다"면서 "차관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나이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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