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가 방역에 매진했지만 연휴 시작과 함께 서울과 경기 지역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자 전문가들은 ‘대유행’을 점치고 있다. 16일 0시 기준 전날 코로나19 신규확진자 279명 중 서울ㆍ경기ㆍ인천 확진자는 253명으로, 90.7%를 차지했다.
‘대유행’ 전망 배경에는 우선 이번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고리 한복판에 종교시설(교회)이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제2의 신천지 사태 재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주요 감염고리에 사랑제일교회(서울) 우리제일교회(경기) 등 종교시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에서 관련 확진자만 전국에서 193명에 이른다. 145명은 서울에서 검사를 받아 서울지역 환자로, 나머지는 16개 타 시ㆍ도 환자로 각각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특히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검사대상자 4,066명 중 주소 불명 등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신도 및 방문자가 669명에 달하는 것도 이런 암울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도 첫 확진자 발생한 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자, 조직적으로 신도 명부를 숨기거나 은폐하면서 화를 키운 바 있다.
‘수도 서울이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던 서울시의 방역 구호를 상기하면 확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서울 등 수도권은 국내 인구 절반이 밀집한 데다 다른 지역과 달리 타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찾거나 거쳐간다. 특히 최근 들어 산발적 집단 감염 빈도가 한층 잦아진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지역에서 ‘깜깜이 환자가 발생한 지 오래됐다”며 “방역당국이 추적하거나 본인이 의심돼 검사ㆍ확인된 사례만 우리가 보고 있다고 본다면 지금의 큰 수치도 (축소돼 보이는) 착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코로나19 잠복기가 평균 5~7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 교수는 "최근 3일 사이 확진돼 격리된 지역감염자 500여명이 직전 바이러스 잠복기간 동안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치면, 최소 이 보다 수 배의 사람들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대구ㆍ경북의 신천시 사태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1주일새 2,000~3,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천지 때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 되는 등 당시보다 한층 강화된 생활 속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종교시설이라고는 하지만 종파간 종교활동 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대구 신천지 때만큼 급속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구 신천지 때는 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 뒤 일일 발생 확진자가 정점(741명)을 찍는데 열흘이 걸렸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날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인원이 대면으로 만나는 모든 사적ㆍ공적 모임이나 행사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인천시는 집단감염이 없지만 인접한 서울시, 경기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대책을 자체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18일 휴원 명령을 해제하기로 했던 어린이집에도 이달 30일까지 휴원 연장을 권고하기로 했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국 2단계, 수도권은 3단계로 빨리 올려야 2주 후에 그나마 나은 상황을 볼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하고, 수도권 대학병원에 음압중환자실도 확보해서 중환자 치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