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용구장 시대를 맞이한 광주FC 축구팬들이 새 구장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붕이 없어 햇빛과 비, 바람에 취약한 관람환경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관중들은 대체로 “옛 구장(광주월드컵경경기장)에서도 비는 맞아가며 축구를 봤다”며 일단 개선된 관람 환경에 합격점을 매겼다.
K리그1(1부리그) 광주FC가 16일 강원FC와 16라운드 홈 경기를 통해 ‘새 집’ 광주축구전용구장 첫 손님을 맞았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광주는 그간 육상 트랙이 깔린 약 4만석 규모의 광주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해 온 탓에 관람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전용구장 시대를 열면서 관중석과 경기장 사이 간격이 3m(관중석 맨 앞과 경기장 잔디 끝부분 기준) 정도로 가까워졌다. 박진섭 광주 감독이 "이젠 말 조심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다.
첫 유관중 경기를 앞둔 광주 구단의 가장 큰 걱정은 날씨였다. 4면의 관중석 가운데 한 면, 그 가운데서도 본부석 주변에만 지붕이 설치돼 경기 당일 비가 내리면 관중들은 빗줄기 속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강렬한 태양이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인 오후 5시쯤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방식으로 햇빛을 가린 채 앉아 있었다.
광주 팬 10년차 김선주(36)씨는 “경기장 관람환경이 새롭고, 육상 트랙이 없어 (경기장과 거리가)정말 가까워 좋다”면서도, “지붕이 없어 비가 오면 피할 곳이 없고, 햇빛이 강해 다소 불편하지만 큰 변화가 반갑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야간 경기인 데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나아질 것”이라며 불편보다 만족감이 크다는 뜻을 전했다.
아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문명식(32)씨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른 지역 팬들이 지붕이 없는 점을 걱정하는데, 광주 팬들은 원래 비가 와도 (선수들과)함께 비를 맞아가며 경기를 봤다”고 했다. 광주월드컵경기장 시절에도 본부석과 본부석 맞은편의 높은 위치에서만 비를 가릴 수 있었을 뿐 경기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관중석은 모두 비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관중석 전체가 구단의 상징색인 노랑색이라 특색이 있고, 고화질의 전광판을 갖춰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며 “구단 기념품 매장과 매점,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붕이 없어도 좋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팬들을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지붕이) 확충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인근 쇼핑몰 및 골프연습장과 함께 사용하는 주차시설, 간이 매점 및 화장실의 경기장 잔디 손상, 간이 화장실 및 매점 등 편의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2023년 광주지하철 광주월드컵경기장역(가칭)이 개통되면 접근성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하면서 “이번 시즌 관중들로부터 청취한 불편사항을 다음 시즌 개막 때까지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지붕 설치도 시간 문제라는 게 구단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시즌 개막에 맞춰 관중석 지붕이 설치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지붕을 설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장이 포함된 염주체육단지 내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을 더 이상 높일 수 없기 때문인데, 최근 지붕 설치를 위한 예산이 확보됐고 광주시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비롯한 제도적 방법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올해 초로 예정됐던 경기장 완공이 차일피일 미뤄져 7월에 개장한 것처럼 공기 지연이 반복될 경우 '양치기 소년'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