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양대 산맥인 애플과 구글이 앱 장터 수수료 논란에 다시 한 번 휩싸였다. 쟁점은 '결제 금액의 30%'로 정한 수수료 정책이다. 이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엔 해당 앱을 삭제하겠다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 콘텐츠 업계에선 과도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전세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대가를 감안하면 과도한 수수료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게임 '포트나이트'와 게임엔진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의 2018년 '탈 마켓 선언'부터 시작됐다. 에픽게임즈는 당시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면서 안드로이드 OS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하지 않고도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직접 설치파일(APK)을 제공했다. 구글에 내야 하는 앱 내 결제 수수료 30%가 과도하다는 게 이유였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게임 개발자가 70%만 받아가는 구조는 과도하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는 같은 해 기존에는 '스팀(Steam)'이 장악하고 있던 PC 게임 플랫폼도 새롭게 만들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다. 에픽게임즈가 만든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업계의 불문율이던 '30% 수수료' 법칙을 과감하게 깨고 수수료율을 12%로 크게 낮춰 경쟁력을 갖췄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포트나이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세계 이용자 수는 3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매출은 18억달러(약 2조1,400억원)로 전 세계 게임 중 1위를 차지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경우 런칭 1년 만에 이용자 수는 1억명을 돌파했고, 매출은 6억8,000만달러(약 8,075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에픽게임즈는 이어 애플 앱스토어의 수수료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에픽게임즈는 이달 14일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시 포트나이트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코인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내놨다. 30% 수수료가 걸린 애플 결제시스템을 우회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몇 시간 후 애플은 규정 및 약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해버렸고, 구글도 같은 이유로 포트나이트를 플레이스토어에서 지워버렸다. 곧 이어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 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의 '전쟁'을 바라보는 콘텐츠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30%라는 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하다고 느끼면서도 양사의 앱 장터를 이용하면서 얻는 편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각 국가마다 다른 앱 장터를 일일히 찾아다니며 수수료 협상을 해야 했고, 최고 수수료가 50%를 넘는 일도 빈번했다. 그러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수수료 30%'를 내걸고 등장하면서는 글로벌 진출이 훨씬 쉽고 저렴해졌다. 특히 자체 개발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개발사일수록 업데이트나 보안 정책에서 앱 장터가 가진 인프라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앱 마켓 수수료를 비교적 저렴한 고속도로 통행료로 볼지, 비싼 백화점 입점 비용으로 볼지 시각의 차이가 있다"면서 "현재 모바일 앱 시장에서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수수료율에 불만이 있어도 규모가 작은 개발사들은 드러낼 수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글·애플에 반해 에픽게임즈에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법칙처럼 자리잡은 '수수료율 30%'를 놓고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업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에픽게임즈 지지 입장을 밝혔으며, 페이스북도 애플의 결제 수수료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애플 수수료가 없다면 순이익을 거뒀을 다수의 앱이 수수료로 인해 파산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애플의 '통행세'는 디지털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소비자 개인정보 보안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