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나트륨, 고혈압 그리고 100세 시대 건강

입력
2020.08.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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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찬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사망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강위험 요인은 고혈압이다. 우리나라는 성인 3명 가운데 1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고혈압 환자가 이미 1,100만명을 넘었으며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점점 늘어날 추세다.

짜게 먹으면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길까? 소금 즉, 나트륨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 심장 비대,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만성콩팥병, 콩팥 결석, 골다공증, 위암 등 만성질환 발생을 현저히 늘리고 이로 인해 사망률도 증가한다. 또한 두통, 부종, 체중, 대사증후군, 인지기능장애, 치매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질병뿐만 아니라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져서 나트륨 과잉 섭취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나트륨은 1일 200~1,000㎎ 정도이고, WHO가 권고하는 최대 섭취량은 2,000㎎(소금 5g, 1 티스푼)이다. 주요 국가별 1일 나트륨 섭취량은 중국이 가장 높아 4,360㎎이며 일본 4,140㎎, 이탈리아 3,880㎎, 인도ㆍ호주ㆍ미국 3,600㎎, 영국 3,240㎎ 순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1일 나트륨 섭취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 우리나라 1일 나트륨 섭취량이 2010년 4,831㎎에서 2018년 3,274㎎으로 무려 32.2%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여러 질병이 줄고 건강지표도 호전됐다. 특히 뇌혈관질환 사망자는 이 기간에 무려 16% 감소하였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이어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펼쳐온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가 세계고혈압연맹으로부터 우수상을 함께 받았다.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WHO의 권고대로 2,000㎎ 미만으로 나트륨을 섭취하는 사람이 아직 25.2%밖에 되지 않고,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짜게 먹고 있다.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과 패스트푸드 및 야식을 많이 하는 30~40대 젊은층은 여전히 하루 나트륨 권고량의 2배 정도를 섭취하면서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상인뿐만 아니라 고혈압 환자도 밤에는 낮보다 혈압이 10~20% 정도 낮아진다. 혈압에도 일교차가 있는 셈이다. 고혈압 환자가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혈압 변동도 심해진다. 밤에도 혈압이 올라가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고혈압제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아 약 용량을 올리거나 다른 약을 추가해야 하고 여러 장기에 합병증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손쉬우면서도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입증된 저염식을 추천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고혈압을 포함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다. 방법은 의외로 쉽고 단순하다.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가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싱겁게 먹는 습관으로 국물은 적게 마시고 나트륨이 적은 식품을 택하며, 탄산음료 같은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우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건강하게 100세 장수를 누릴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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