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부 때 '개장국' 판매 금지했었다고? 개식용 논란 100년의 역사

입력
2020.08.15 13:00
미디어 속 1920년대부터 개식용 논란 등장 
50년대 금지ㆍ60~70년대 활성화ㆍ80년대 규제 등 
1980년대 이후 해외에서도 주목하며 이슈로 부각


15일은 말복이다. 올해도 여름철 복날 개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동물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개식용 반대를 외치고, 개시장 폐업을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디어 속에는 1920년대부터 개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등장한다. 특히 1950년대에는 개식용을 금지했다가 1960년대에는 다시 활성화하는가 하면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또 서울 내 판매가 금지되는 등 개식용 논란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100년에 걸친 개식용 논란의 역사를 살펴본다.

1920~1930년대에도 있었던 개식용 논란


"서양 코보들은 사람 먹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개를 먹이고 한 방에서 개를 데리고 자기까지 하는 등, 개를 할아범 위하듯 하니까 잡아먹을 리가 없다. 그러기에 개먹는 것을 야만의 습관이라고 하지만 저희가 안 먹는다고 그러는 것일 것이다."

1924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초복입니다'라는 기사 내용이다. 그러면서 중국 등에서도 여전히 개를 많이 먹는다고 소개한다. 즉 당시에도 해외로부터 개를 먹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듬해 1925년 11월13일자 '부민에게 헌신한 2,000여두 육축'이라는 기사에는 ‘개고기 먹는 사람은 없어졌다’고 보도한다. 전달인 10월 한달 동안 경성 시민이 먹은 고기는 소가 1,688두, 돼지는 580두 등인데 이중 암소는 원래 잘 잡지 않지만 이를 좋아하는 일본인 때문에 310두의 불쌍한 암소가 죽었다고 전한다. 이어 개는 한 마리도 도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 개식용 공식 금지


현재는 개식용이 합법과 불법 사이, 즉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70여년 전에 이미 개식용을 금지시킨 적도 있었다. 1954년 5월31일 동아일보를 보면 '개장국 판매를 금지, 윤국장 각서에 지시'라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윤 서울시 경찰국장은 29일 기자회견 석상에서 28일 관하각서에 개장국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말하는 동시에 개장국을 파는 음식점에 대하여 영업허가를 취소할 것을 엄명하였다. 특히 윤 국장은 개장국 판매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는 개장국이 비위생적 비문화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동아일보 '휴지통' 코너에선 "개장국을 비위생적, 비문화적이란 이유로 판금 조치를 내렸는데 경찰국장에게 위생적 문화적 음식은 무엇이며 비위생적, 비문화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며 "과연 '국민의 식사 자유선택권'을 제한할 권한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억제 권한이 있다면 어떤 음식이 좋다고 권유할 권한도 있을 터이니 어디 한번 문화적이고 위생적인 음식을 권유해볼 것을 기다려 볼까나"라고 비꼬았다.

개식용 문화는 당시 미군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다. 이런 가운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점, 또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건의가 더해지면서 개고기 식용 금지령이 내려졌고, 그러면서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의 '개장국' 대신 '보신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의 단속에도 여전히 '왕왕탕' '구(狗)탕'이란 이름 등으로 팔리면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남아 있었다.

1960년대, "개를 대량 사육하자" 주장 등장


"개고기는 애칭으로도 쓰인다. '우리집 아이 놈이 개고기가 되어서… ', '그 친구는 참 개고기거든'이란 말은 욕설이라기 보다 일종의 정담이다. 이는 아마 고사를 봐서는 본래 먹어서는 안될 개고기가 삼복의 가찬이 됨으로써 개고기에 대한 복잡한 심리에 의한 표현일까. 좌우간 삼복은 구공들의 수난기임에 틀림 없다."

1961년 7월 16일자 경향신문 ‘여적’에 나온 글이다. 여기에서도 개식용에 대한 논란이 여전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시 개고기 식용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62년 7월22일자 경향신문에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육식족을 자처하는 양인들이 안 먹고 채식족인 한국인이 애용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반려견과 식용견을 따로 구분하고, 식용견을 장려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식용견의 사육을 장려하고 싶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엔 남의 귀여움을 받는 비싼 개를 희생시킬 것 없이 번식 잘하고 무게 많이 나가고 고기 맛 좋은 개 종자를 개량해가면서 다량으로 사육하는 것은 어떨까. 하나의 축산업, 새로운 직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1963년 8월 13일자 ‘식용 개의 사육을’이라는 칼럼에서 당시 한 영문학 교수의 주장이다.

이후 1969년 12월18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도 보신탕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내용이 게재되는 등 개식용 논란은 이어졌다.

70년대 "떳떳하게 먹자"→80년대 아시안게임∙올림픽 앞두고 다시 규제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 줏대만 확고하면 되는 거지 남의 얘기에 갈대처럼 흔들릴 필요는 없다. 개고기뿐만 아니다. (중략) 이젠 우리도 그런 문제엔 좀더 대범해져도 좋을 것 같다." 한 문학평론가가 1977년 7월8일자 동아일보에 '개고기와 미국언론'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이다.

이외에도 1982년 1월 6일자 경향신문에는 "개고기 먹는 일을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내세우는 것도 달갑지 않지만 보신탕 얘기만 나오면 '외국인들의 눈'을 들먹이는 것도 마땅치 않다. 제 부모 하나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서 개 묘지에 비석까지 세우는 극성이나 아프리카의 기아는 외면한 채 연 30억 프랑을 개 사료값으로 쓰는 게 과연 선진 문명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라며 해외의 시선에 굴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던 중 다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식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1984년 2월 28일자 한국일보를 보면 "오는 5월부터 서울시내 전역에서 보신탕 뱀탕 개소주 토룡탕 등을 파는 것이 일체 금지된다"고 보도한다.

시는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이들 업소의 영업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4대문안 등을 영업금지구역으로 고시했다고 나온다. 이후에도 해외동물단체들이 개고기를 반대하는 내용 등이 보도되기 시작한다.

1996년, 법원 "개고기도 식품에 해당" 첫 판결


1991년 5월9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개∙고양이 등 함부로 못 잡는다' 기사에선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이 7월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보신탕을 만들기 위해 개를 나무에 매달아 때리거나 불에 그슬리다 적발된 사람들도 처벌을 받게 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올림픽을 전후해 국제동물단체들이 동물학대행위를 금지하도록 요청해왔고, 이를 고려해 동물보호법 제정을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잔인한 방법으로만 잡지 않는다면 개도살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해 보신탕을 불법으로 규정하진 않았다.

1994년 6월10일자 경향신문에는 성인 67%가 보신탕 금지를 반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나타냈다. 외국의 비난여론에도 우리 고유의 식문화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995년 3월1일자에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보신탕 판매 금지 요구를 한 내용을 전했고 1996년 경향신문 12월 1일자에는 한국의 보신탕 관련 기사가 캐나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지 진출 한국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등 해외에서의 보신탕에 대한 비판 시각이 이슈였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1996년 8월 9일자 경향 신문에는 대학교수들이 모임을 갖고 '보신탕을 떳떳하게 즐기자'고 주장한 내용이 실렸다. 1996년 11월 21일자에는 개고기도 식품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항소4부가 식품위생법상 개고기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으나 개고기가 널리 식용되고 있는 만큼 식품으로 봐야 한다"며 개고기를 합법적으로 도축, 판매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5억원 상당의 개고기를 공급해 온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에 대해 선고유예를 내린 것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비판이 커진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우리 고유의 문화임을 내세우고,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으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2015년 개식용 금지 위한 입법 논의 본격 시작


동물권단체 카라가 발표한 개식용 역사를 담은 '개식용 종식! 더 늦기 전에 응답하라!'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개식용 금지를 위한 입법 논의가 일었고, 관련 법안 발의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이정미 전 의원이 카라와 함께 '세계 유일 식용 개농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관련기사 보기: "식용개 ‘뜬장’에 가둬놓고 하루 2,740마리 꼴 도축")했고 같은 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식물쓰레기의 동물급여를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발의했다. 이듬해 2018년 이상돈 전 의원은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에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을, 표창원 전 의원은 임의로 반려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2018년 성남 모란시장이 사라진 데 이어 2019년 7월1일 60년 만에 구포 개시장이 폐업했다. 또 2020년 4월 9일, 전기 쇠꼬챙이를 사용해 개를 도살한 개농장주에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렸다. 2016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4년만에 마무리된 것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도축업자들이 개를 도살할 때 전기 쇠꼬챙이를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짐으로써 개식용 종식에 한발 더 다가간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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