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비밀 유출" 현직 판사가 동료 판사 고발

입력
2020.08.14 21:18
구속 검토, 또 다른 피고인 변호인에 전달 의혹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檢수사, 법원행정처 감사도
고발된 판사 "변호인과 연락한 적 없다" 혐의 부인

현직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내용을 외부에 유출했다며 동료 판사를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A부장판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B부장판사의 재판 관련 정보를 B부장판사가 맡았던 사건의 피고인 변호인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올 2월 법원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하기 전까지 서울중앙지법의 단독 판사로 같은 판사실에서 나란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B부장판사는 올해 초 A부장판사에게 "증거인멸 우려와 피고인 사이 형평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부장판사가 이런 정보를 B부장판사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 변호사에게 전했다는 게 B부장판사의 주장이다. 해당 변호사 역시 두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B부장판사는 A부장판사가 자신의 말을 옮겼다고 보고, 서울중앙지검에 A부장판사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고발하는 한편 법원행정처에 진정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A부장판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B부장판사가 진정을 제기해 고발 사실을 알게 됐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부장판사는 이튿날인 15일 입장문을 내고 “법원 구내식당에서 판사 9명이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B부장판사가 특정 형사 사건에 관한 발언을 한 사실은 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하지만) 그 내용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사적인 자리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에 불과했고, 업무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로서 보호할 만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사에 언급된 변호사에게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연락이나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변호사와 저는 사법연수원 같은 반 동기였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고, 제가 판사로 임관한 뒤에도 서로 직역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달라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A부장판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관련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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