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코로나 전사'라고 칭송받던 우리가 왜 아스팔트 길바닥에 앉아있어야 합니까?"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14일 진료실을 벗어나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의사들이 청진기가 아닌 항의 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에 나선 것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 도로를 가득 메운 의사들은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이달 말 2차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의료계가 총파업을 선언한 이날 대한의사협회 등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 5개 권역에서 집회를 열고 투쟁에 돌입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육성 등 의료 '4대악 정책'을 즉각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의사들을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거리로 내쫓고 집단행동하게 만든 장본인은 정부”라며 “신종 코로나 위기 속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습적으로 '4대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등의 정책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7일 한 차례 집단 휴진했던 전공의들은 물론 개원의, 전임의, 의대생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국민건강 무너진다'라거나 '의무복무 강제전공 전문가가 노예인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정부가 발표한 의료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승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은 “오늘부터 의대협은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그럼에도 변화가 없다면 무기한 실습거부, 동맹휴학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교과서 사는 데 10원 한 푼 안 보태준 정부가 이제는 의사를 공공재라고 한다”며 “어떤 분야든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정부가 의료계만큼은 건드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4대악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오늘 총파업은 하루에 그치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답변을 정부가 내놓지 않는다면 이번달 26~28일 3일에 걸쳐 제2차 총파업을 단행한 후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날 궐기대회에 서울(2만)을 포함해 총 2만8,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의도 집회엔 참가자들이 입장하기 위해 30분 이상 넘게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원이 몰렸다.
의료 최전선에서 환자들과 접촉하는 의사들의 집회인 만큼, 주최 측은 입장부터 방역 준칙에 신경을 썼다. 의협 관계자는 “입장 시 QR코드 등록, 체온 측정을 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파업에는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도 참여했으나 응급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