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영 카카오페이지 부사장 "IP유니버스의  핵심은 소비자"

입력
2020.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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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플랫폼을 넘어선 'IP' 시대

편집자주

디지털시대를 맞아 콘텐츠 산업의 화두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 만큼 이제 매체보다 콘텐츠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요청입니다. 한국의 도전도 이제 시작됐습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마블 같은, 'K-마블' 회사가 나타날 수 있을까. 가장 돋보이는 회사 중 하나는 카카오페이지다. 드라마 ‘미생’ ‘이태원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비롯, 영화 ‘시동’ ‘강철비’ 등은 모두 카카오페이지 IP(지적재산)를 토대로 제작돼 성공한 콘텐츠들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어쩌다 발견한 7월’ 등도 곧 드라마로 제작된다.

올해를 IP 기업 도약 원년으로 삼은 카카오페이지의 홍민영 부사장을 만났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에서 디즈니 아시아 지사 컨설팅을 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디딘 홍 부사장은 영화사 봄, CJ엔터테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등을 거치며 수많은 영화의 기획, 제작, 투자에 참여한 IP 비즈니스 전문가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무슨 의미인가.

“원소스 멀티유즈가 공급자 중심이라면, 트랜스미디어는 수요가 공급을 이끈다는 점에서 다르다. 가장 중요한 건 기반이 디지털 팬덤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텐센트는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두터운 팬덤 기반 IP를 활용해 여러 엔터테인먼트 포맷으로 확장하는 것을 '슈퍼 IP'라 정의하면서 팬덤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시작점이 되는 앵커 IP가 두터운 팬덤을 만들면 그 팬덤에 따라 IP 유니버스가 확장된다. 게임이나 아이돌 업계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카카오페이지가 투자한 영화 ‘승리호’가 동명 웹툰 연재에 이어 다음달 개봉한다.

“슈퍼 IP는 사용자 수나 조회수를 넘어 창의적 면에서도 탁월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에도 좋은 콘텐츠가 많았지만, 속편이나 시즌2 제작 수준에 그쳐서 아쉬웠다. ‘승리호’는 외부 IP를 슈퍼 IP로 키워보는 대형 프로젝트다."

-트랜스미디어를 시도한 첫 사례는 무엇인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다. 소설로 나온 걸 웹소설로 가공했고, 이런 IP에 최적화한 만화 작가를 기용해 웹툰으로 만든 뒤 드라마 제작까지 성사시켰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거꾸로 웹툰와 웹소설을 찾아보는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2018년 전체 구글 인기 검색어 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까지 앵커 IP 대부분은 웹툰이다.

“웹툰은 팬덤을 확장하기에 좋은 포맷이다. 웹툰은 최소 1년 이상 연재되기 때문에 꾸준히 팬들과 관계를 이어나간다. 웹툰에 비해 드라마나 영화는 기획,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소비되는 기간 역시 상대적으로 짧다. ”

-최근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철저한 수요자 중심이다. 플랫폼을 지닌 회사들은 이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분석한 뒤 제작자에게 요청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을 쓴다. 그래서 IP 팬덤이 중요하다. 그만큼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해졌다.”

-앞으로 IP 비즈니스를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지난해까진 우리 IP 기반 영화에 조금씩 투자하다 ‘강철비2: 정상회담’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승리호’는 외부 IP를 가져와 영화와 웹툰을 동시에 제작한 새로운 시도였다. 내년엔 드라마를 앵커 IP로 삼아 만든 콘텐츠들을 내보낼 예정이다. 다앙한 스토리 포맷을 개발하고 있다. 한 IP를 토대로 6, 7개 포맷의 콘텐츠가 앞뒤로 배치되면서 풀어나가는 형태도 보게 될 거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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