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든 영상이든 모든 건 이야기가 기반이다.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수희 '조아라' 대표는 지난 4일 본보와 만나 "조아라는 누구나 와서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며 "우리는 웹소설을 파는 게 아니라 좋은 이야기를 판다"고 강조했다. 조아라는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문피아와 함께 4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꼽힌다.
2000년 순수문학 사이트로 조아라를 연 이 대표는 누구보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디지털 환경과 대중의 입맛 변화에 따라 조아라 역시 모습을 바꿔왔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조아라는 오직 이야기를 팔아서만 지난해 180억원 매출을 올렸다. 작가 18만명이 조아라 안에서 쓴 55만종 작품을 회원 145만명이 읽었다.
뿐만 아니다. 웹소설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뼈대가 될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성공한 원작을 장르만 다르게 반복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넘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는 환경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에 머무르던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00억원을 돌파했다. 5년 만에 20배가 넘는 매서운 성장을 이뤘다. 이 대표는 "웹툰이나 영상 콘텐츠에 비해 글은 새로운 소재나 발상, 설정을 구현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진입장벽도 낮다"며 "좀더 창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 편해서 원천 소스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의 역할은 이야기꾼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유명 작가든 신진 작가든 조아라 안에서는 똑같이 경쟁한다. 매출을 위한 프로모션을 하는 대신 좋은 작품이 눈 밝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발견되길 원한다." 이 대표는 "스토리가 얼마나 창의적이냐에 더 중점을 둔다"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소재와 설정, 세계관에 더 관심을 갖고 지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1억뷰를 넘어선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그동안 인기를 끈 웹소설의 여러 소재를 잘 녹여낸 이야기"라며 "그 바탕이 되는 새로운 소재들이 계속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역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조아라는 신인도 안정적으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작가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신진 작가의 등용문으로 이름 났다. 잘 팔리는 글을 쓰는 방법이 아니라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조아라를 떠났던 작가도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을 때는 다시 돌아온다는 게 조아라 관계자의 귀띔이다.
웹소설 시장이 뜨면서 혼탁해지고 있는 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작가와 플랫폼을 이어주는 CP(Contents Providerㆍ콘텐츠 제작사) 간, 플랫폼 간 경쟁이 극심해지면서다. 특히 대형 플랫폼이 뜰 만한 작품과 스타 작가에만 투자하게 되면서 작가들의 부익부 빈익빈도 초래한다. 조아라의 입지도 흔들릴 만한데 이 대표는 "우리는 시장 포션을 더 갖는 것보다, 우리 포지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시스템을 이끄는 역할은 투자 대비 결과물이 적다 보니 조아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부피를 다른 회사처럼 키우지는 못해도 이 포지션만은 오래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조아라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 누구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인도와 미국에도 플랫폼을 열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조아라는 오래도록 이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