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이 완전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걸프만 아랍 국가 중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은 곳은 UAE가 처음이다. 양국 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었던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계획은 중단됐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자예드 UAE 왕세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돌파구가 중동 평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아랍권과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 영토 병합 계획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 승리하면서 점령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은 물론 주변 아랍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합병 중단 결정이 단기적으로 갈등을 줄이는 데 주요한 결정이긴 하지만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약 50만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정착한 서안의 상황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성명에는 수주 내로 투자, 관광, 안보, 기술,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양자협정을 체결하는 한편 직항로를 허용하고 상호국가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협상을 중재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로 기자들을 불러 두 나라 정상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얼음이 깨졌으니 더 많은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UAE 선례를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을 발표한 트윗을 전달하면서 히브리어로 "역사적인 날"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선언 이후 세 번째 아랍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게 됐다. 앞서 이집트가 1979년, 요르단이 1994년에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 했다. 이란의 역내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이스라엘과 UAE가 가까워진 데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영국 BBC방송은 설명했다. 몇주 전에는 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대한 외교 성과를 낸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정치에서도 힘을 얻었다. AP통신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전 종식의 결실은 맺지 못했지만 이례적으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이번 합의가 연립정부의 내분을 뚫고 나갈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