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지 33.4%, 미래통합당 36.5%’ (리얼미터 10~12일 조사)
‘민주당 37%, 통합당 25%’ (한국갤럽 4~6일 조사)
최근 실시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여론조사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 지난 4~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통합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하지만 10~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통합당과 민주당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오차범위(±2.5%포인트) 이내지만 통합당이 민주당과의 지지율 경쟁에서 이 정도 초박빙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조사기관별로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지지율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방식 차이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면접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직접 묻고 응답하는 유ㆍ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반면 리얼미터는 기계음을 듣고 번호를 누르는 자동응답조사(ARSㆍ90%)와 전화면접(10%)을 혼용한다. 실제 지난달 24~25일 입소스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44.4%, 통합당은 21.3%였다. 하지만 사흘 뒤 27~28일 알앤써치의 ARS 방식 조사에선 민주당(34.6%)과 통합당(32.1%)이 오차범위(±3.0%포인트) 내 접전이었다. 조사 ‘기관’이 아닌 '방식'에서 오는 차이가 큰 것이다.
때문에 전화면접과 ARS 중 어느 방식이 실제 민심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는지도 관심사다.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 등 대형 여론조사업체 중심의 한국조사협회나 한국통계학회는 ARS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ARS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극적 지지층 여론이 ‘과대표’ 된다는 것. ARS는 기계음으로 녹음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버튼을 눌러 설문에 응한 다음 다시 전화기를 갖다 대는 행동을 3~4분 간 되풀이해야 한다. 특정 정당을 열성 지지하는 사람들은 설문에 대부분 끝까지 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들의 경우 대부분 중간에 전화를 끊기 때문에 표본이 고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통계학회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ARS 응답자 40.2~44.0%가 ‘정치 관심도가 많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전화면접 에선 이 비율이 28.1~25.2%에 그쳤다. 중도층보다 보수ㆍ진보 ‘콘크리트’ 지지층이 ARS에 많이 참여한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갤럽 정기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6%에 달하는 반면, 리얼미터에선 15% 수준에 그친다. ARS에 밝은 한 전문가는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호남의 통합당 지지율이 20%에 달하는데 역대 선거에서 호남의 보수 정당 득표율이 10%를 넘긴 적이 없다”며 “보수 여론이 다소 과장됐다”고 했다. 반대로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한국갤럽에선 39%, 리얼미터는 45%로 집계되며 ‘리얼미터 조사에서 진보 여론이 과대표 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리얼미터 측은 “ARS가 오히려 정확도가 높다”고 반박한다. 조사원과 직접 대화하는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샤이 보수’를 포착하기 힘든 반면, ‘무기명 투표’ 성격의 ARS에서는 유권자들의 솔직한 응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대구ㆍ경북(TK) 지역에 여론조사를 돌리면 전화면접 때는 ‘탄핵 찬성’ 응답이 70~80%에 육박하나, ARS 때 이 비율이 20~30%까지 떨어지곤 했다”며 “정치적 여건에 따라 조사 방식의 신뢰도는 달라진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 모두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통합당은 상승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서로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보다, 이런 민심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상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