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권을 잡게되면 국립고궁박물관을 더 번듯하게 지어보고 싶어요."
국민 교양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3일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정치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뵈는 그가 이런 농담까지 던진 건 그만큼 고궁박물관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이날 개관 15주년을 맞아 종로구 고궁박물관 기념식에 참석한 유 전 청장은 "청장 부임 당시 꼭 하고 싶었던 사업이 '문화재종합병원'과 '고궁박물관'의 설립이었다"면서 "당시 재정당국을 겨우 설득해서 지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2004년 9월 제3대 문화재청장에 오른 그는 취임 직후 고궁박물관 건립 작업을 추진했고, 이듬해 8월 15일 고궁박물관을 열었다.
고궁박물관 이전 국내 주요 왕실 문화재는 덕수궁 석조전 한켠에 보관됐다. 유 전 청장은 "궁중유물 위상에 걸맞지 않게 창고에 방치된 수준으로 관리되는 것을 보고 너무 슬펐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렵사리 얻은 지금 박물관 자리엔 원래 이발소 같은 시설이 있는 정부종합청사 후생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대통령이 관저를 옮기게 되면 청와대가 빌텐데, 그 기회를 잘 잡아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개관 15주년 기념식엔 1~7대 고궁박물관장이 한데 모여 박물관의 미래를 논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디지털 박물관'으로 거듭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로봇해설사 도입, 문화재 비대면 전시 방안 등의 논의됐다. 김동영 고궁박물관장은 "장애인과 고령층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따뜻한 박물관'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