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없이 호가만 '껑충'... 관망세 접어드는 서울 전세시장

입력
2020.08.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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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싸다" 전세 수요자 관망세로
8ㆍ4 대책 등으로 아파트 매매가격도 진정세
일부에선 "강남 전세 고점 찍었다" 의견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 전세 호가는 계속 치솟지만 수요자들 역시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매물 부족으로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매매가격은 '거래 절벽' 속에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면서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치솟는 전세 호가 속 매물 실종

1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4% 상승했다.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지만 지난주 상승률(0.17%)보다는 0.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역세권이나 학군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면서도 "계절적 비수기 및 장마 등 영향으로 일부 수요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서울 전셋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소 4년간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여파로 59주 연속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오는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전셋집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최소 1억원씩 높은 실정이다.

규제를 피해 일찌감치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이 빠르게 늘면서, 한편으로 '계약 가능한 가격 수준' 매물은 종적을 감췄다. 업계에 따르면, 9,510가구가 들어선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 매물은 13일 현재 5건 내외에 불과하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전세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원래 전용면적 59.92㎡ 신축 전셋값은 8억원 정도가 정상적인데,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동일면적 호가가 10억원"이라며 "전세를 찾던 고객들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3구 전셋값 정점? "가을 이사철이 시험대"

일각에서는 "강남3구 전셋값은 고점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9월 이사철이 최근 전세난 국면의 분수령이 될 걸로 전망된다.

헬리오시티 상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B씨는 "현재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는 11억원까지 올랐지만 실제 거래는 9억5,000만원 정도에 이뤄지고 있다"며 "학군 때문에 급하게 이사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세 수요자 대부분은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전세시장 전망에 신중한 모습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 3법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구조적인 전세난으로 이어질지 올 가을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빠르면 보름 뒤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휴가철인데다 핵심 인기 지역은 전세 유통 물량이 불안정해 쉽게 가격 향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거래 급감 분위기 속에 차츰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번주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에 그쳐 지난주(0.04%)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7ㆍ10 부동산 대책' 이후 주간 상승률(0.09%→0.06%→0.04%→0.04%→0.02%)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7ㆍ10 대책 관련 부동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8ㆍ4 공급대책 발표가 더해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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