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를 승인하면서 이를 찾는 발걸음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필리핀이 러시아 백신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도 러시아 백신 생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정부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시험ㆍ생산하기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 정부 측은 “곧바로 양측이 참여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해 파라나주에서 스푸트니크 V의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당국은 브라질 연방정부로부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파라나주 정부가 연방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러시아 백신의 생산에 나선 것은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50분 현재(한국시간) 브라질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10만9,630명에 이른다. 사망자수도 10만명을 넘어 섰다. 이미 500만명이 감염되고 16만여명이 숨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파라나주의 상황도 심상찮다. 같은 집계에 따르면 파라나주 내 감염자는 9만7,785명이며 사망자는 2,516명에 달한다.
앞서 필리핀도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0일 TV 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무상 공급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공개한 뒤 “백신이 도착하면 내가 첫 시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필리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 환자 수는 13일 기준 14만3,749명에 달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러시아산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을 담보할 수 없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보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