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14일 6년 만의 총파업을 단행한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결의한 이번 총파업에는 이미 한 차례 집단휴진을 감행한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물론, 개업의, 전임의 등까지 가세하기로 해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에는 앞서 7일 한 차례 집단휴진을 했던 전공의들은 물론, 개원의, 전임의 등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전공의들은 대형병원 핵심인력으로, 주로 교수와 병동을 돌면서 채혈 등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하지만 수술방에서 교수를 보조하기도 한다. 서울의 '빅(BIG) 5' 대형병원들의 경우 병원마다 전체 의사 인력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500여명의 전공의가 수련하고 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하는 임상강사인 전임의도 진료와 치료에 많은 역할을 한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전공의 90%와 전임의 80%가 이번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율도 적지 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전체 3만3,836개 의원급 병원 중 24.7%에 달하는 8,365개가 휴진을 예고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계가 단합해야 한다'는 독려가 이어지면서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루 동안의 파업이지만, 추가 파업도 예고되면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의료계는 2000년 의약분업, 2013년 원격의료시스템 구축과 의료영리화 추진 정책 등을 놓고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했다. 이중 2000년 대규모 파업 때는 파업 장기화로 연결되면서 의료공백이 현실화했다. 외래진료는 거의 중단됐고, 암환자에게는 투약 등 제한된 진료만 이뤄졌다.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3~4시간씩 대기하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일도 반복됐다.
그 결과 파업을 지시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등 파업을 주도했던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05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한 것은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며 “국민에게 큰 고통과 불편을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14일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는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협회와 중소병원협외에 24시간 응급실 운영과 휴진 당일 진료 연장, 주말진료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 휴진 당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각 시ㆍ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도록 하고, 응급의료포털 등엔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협의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