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때 육군 2작전사령관 휴양소로 건립돼 해수욕장 3분의2를 점유한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육군 화진훈련장의 담장이 38년 만에 철거됐다.
포항시와 육군 50사단은 12일 오후 2시 군 공병대 장비를 동원해 화진 해변 남쪽 군부대 지역을 둘러 싼 철조망과 담장을 걷어내는 공사에 들어갔다. 철거 작업에는 송라면 주민들도 참석해 지켜봤다.
송라면 한 주민은 "제5공화국 때부터 군이 점유한 명사십리 송라벌이 38년 만에 개방됐다"며 "주민 품으로 다가 온 화진해수욕장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육군은 1982년 6월 화진리 461의3 일대 땅 11만4,870㎡에 2작전사령관 휴양소를 조성한 뒤 철조망을 치고 외부 출입을 통제했다. 해수욕장 내 국방부 소유 부지는 20%에 불과하지만 군이 점유한 면적은 3분의2가 넘는다. 이 때문에 화진해수욕장 일대는 1981년 관광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1993년 취소됐다.
1994년 송라면 주민들은 "사령관 혼자 여름 한 철 휴가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며 반환을 요구했지만, 육군은 훈련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이 뜻을 굽히지 않자, 육군은 담장 철거를 시작으로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개방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