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호남 지역구 의원을 한 석도 배출하지 못한 미래통합당이 현역 의원들에 '제2의 호남 지역구'를 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를 포함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직속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호남 껴안기'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간 통합당이 충분히 대표하지 못했던 호남 민심을 끌어안고 '전국 정당'의 위치를 되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13일 비대위에서 의결하는 국민통합특별위원회에서 '제2의 지역구' 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치 도시끼리 자매결연을 맺는 것처럼 다른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현역 의원이 호남의 지역구를 배정 받아 예산을 따내거나 민원을 청취하는 등 내 지역구처럼 살핀다는 취지다.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전북 전주 출신 정운천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동서 통합의 관점에서 희망하는 의원이나 호남에 연고가 있는 의원을 중심으로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관련 내용은 김종인 위원장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국민통합특위 출범을 공식화하며 '전국 정당'을 향한 주춧돌을 놓았다. 김은혜 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총선에서도 후보를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호남에 소홀했고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전국 정당으로서 미흡했던 부분은 반성하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는 취지"라며 국민통합특위 출범을 알렸다.
통합당의 호남 껴안기 행보는 지난 5월 주호영 원내대표 취임 때부터 발을 떼기 시작했다. 주 원내대표는 취임 첫 성명으로 과거 김진태 김순례 전 의원 등이 촉발한 5ㆍ18 망언을 공식 사과했고, 광주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섬진강 유역의 전남 구례를 찾았다. 당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도 전남 구례ㆍ하동 일대에서 연일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오는 19일에 김종인 위원장도 광주를 찾아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도 발표할 계획이다.
통합당이 이처럼 호남 집중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자칫 '영남 지역 정당'에 머물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통합당은 지난 4ㆍ15 총선에서 호남 28개 지역구 중 불과 12곳에서만 후보를 낼 정도로 당세가 급전직하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에도 호남 28개 지역 당협위원장 자리 중 16개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당세를 회복하는 것도 당의 정상화에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