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사기꾼’으로 칭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몇 주 전만해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좋은 선택”이라더니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해리스 의원의 대선 레이스 합류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 도중 관련 질문을 받고 “바이든이 그를 지명해 다소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해리스는 바이든에게 아주 무례했다. 심지어 포카혼타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보다도 심했다”면서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의원이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공격적 태도를 취한 점을 부각해 이간질에 나선 것이다.
이후로도 해리스 의원의 인성과 역량을 깎아 내리는 발언은 계속됐다. 트럼프는 해리스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점을 언급한 뒤 “해리스는 너무나도 형편 없었다. 2% 지지율로 경선을 마감했고 많은 돈을 썼다”고 했다. 또 2018년 9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 상황을 거론하며 “그는 캐버노 대법관에게 도를 넘어 너무 끔찍한 수준으로 못되게 굴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당시 해리스 의원은 ‘성폭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캐버노를 거세게 몰아붙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해리스 의원을 ‘급진 좌파’로 표현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은 해리스 의원이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 ‘메디케어 포 올’을 지지하고 수조달러의 세금 징수를 주장했으며, 바이든의 인종차별 정책을 공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해리스에게 고삐를 풀어주고 급진 좌파를 공동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비난했다. “느린 조와 사기꾼 카멀라, 미국에 맞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라는 문구로 영상은 끝난다.
불과 2주 전까지도 트럼프는 해리스 의원에 우호적 입장이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부상한 해리스 의원에 대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부녀가 과거 해리스 의원에게 기부금을 냈다며 “이 같은 이력이 공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011년과 2013년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후보로 나선 해리스 의원에게 6,000달러를 후원했고,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역시 2014년 2,000달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캠프에서는 해리스 의원 지명을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교외지역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해리스 의원을 상대하다 보면 대통령의 인종차별ㆍ성차별적 언사가 부각돼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해리스 의원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바이든 캠프를 급진 좌파로 규정하려는 시도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또 인종차별 반대 시위 국면에서 자신을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내세운 트럼프의 전략 역시 검사 출신 해리스 의원 앞에선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