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도 애플처럼 '액면분할'... 170만원대 30만원에 산다

입력
2020.08.12 12:00
5대 1 액면분할... 1500달러 1주가 300달러로 뚝
"주가에 호재" 전망 속  "반드시 상승은 아냐" 지적도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주식 액면분할을 선언했다. 현재 1주당 1,400~1,500달러를 오가는 주가를 5분의 1로 나눠 1주당 300달러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액 개인투자자의 구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미인데, 치솟은 주가가 더 날아오르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테슬라 1주 35만원이면 산다

테슬라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장 마감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주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기준 테슬라 주주들은 모두 28일 장 마감 뒤 액면분할된 주식을 받게 된다. 이달 31일부터 조정된 주가로 거래가 시작된다.

액면분할은 주식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걸 의미한다. 액면가 5,000원짜리 한 주를 5대 1로 나눠 1,000원짜리 5주로 쪼개는 식이다. 테슬라 주가를 1,500달러라고 가정하면 액면분할 이후 주당 300달러선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주당 177만원짜리 테슬라 주식을 이제 35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통상 액면분할은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수백만원대 주식이 수십만원대로 저렴해지면 소액 투자자의 접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는 그대로에서 저가 주식으로 개인 투자자를 더 끌어모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달 애플도 1주를 4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발표하며 오는 31일 조정된 가격에 거래를 개시하기로 했다. 애플은 벌써 5번째 액면분할이다. 애플의 현재 주가는 437.5달러로 액면분할 뒤엔 약 100달러 수준에 구입이 가능해진다.

액면분할=주가 상승? "공식은 아냐"

하지만 액면분할이 늘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소액 투자가 활발해지면 유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존 주주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날 미 경제매체 CNBC도 "액면분할로 더 많은 소액 투자자가 주식을 구입할 순 있겠지만 주식을 사고 파는 주요 기관들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만 봐도 액면분할이 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5월 1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한 롯데칠성은 분할 직후 주가(16만5,000원) 대비 현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2015년 5월 액면분할을 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분할 직후 주가(37만6,500원)에 비해 50% 이상 주가가 내렸다.

2018년 5월 50대 1로 주식을 쪼갠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 경우엔 약 2년 새 주가가 10% 가량 상승했다. 다만 액면분할은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실적 등과는 상관관계가 없어, 그 자체로 주가를 움직인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의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은 실적과 대내외 경기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3.11% 하락한 1,374.39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주식 분할 소식이 발표된 직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52% 급등한 1,464달러를 기록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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