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계획과 관련된 서울시 행정 절차를 보류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2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권익위 측에서 1차 민원 기한(8월 11일)까지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송현동 공원 지정을 추진하자, 이와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12일 권익위에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운화 문제점 조사가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이 위법하다"며 서울시의 일방적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도시건축 공동위언회를 개최하고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일원을 문화공원화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할 계힉이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강제 수용절차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짓는 것으로, 사실상 대한항공의 연내 매각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1월 송현동 부지를 '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나 높이 등을 완화하는 등 송현동 부지의 개발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바꿔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했다.
특별계획구역이란 '특별한 건축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해 현상설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정된다. 부지 규모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해 대규모 쇼핑단지, 전시장, 터미널, 초고층 주상복합 등으로 개발된다. 타워팰리스, 코엑스, 롯데월드 등이 특별계획구역으로 개발된 사례들이다.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관계법령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마련한 서울시조차 어떠한 내용의 문화공원을 조성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강제수용이 이뤄질 경우 △수용재결 △이의재결 △소송 등의 절차가 뒤따르게 돼 대한항공이 보상금을 지급받기까지 후속절차만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용 절차로 이어질 경우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도 받을 수 없다"며 "사실상 서울시는 시장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라 경영환경 악화로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은 바 있다. 당시 자금 수혈 조건으로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유휴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이 있었으나,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공원화 및 강제 수용 의지 표명에 따라 송현동 부지 매각절차는 흐지부지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문화공원 지정 절차의 위법성 관련 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권익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들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대한항공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