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정치’ 논란 속... 문 대통령의 '조용한 위로'

입력
2020.08.12 20:30





정치인의 재난현장 방문에 대한 수해지역 주민과 누리꾼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 충남 천안을 잇따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하동 화개장터와 전남 구례 5일장 등을 방문해 윤상기 하동군수와 김순호 구례군수부터 피해상황을 보고 받고 복구작업 중인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는 관계 장관이나 해당 시도지사가 한 사람도 동행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관계자 현황 보고 역시 현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끝내는 등 과거 재난현장 방문과 달리 단촐했다. 최근 잇따른 정치인들의 수해지역 자원봉사가 인증샷을 찍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전날부터 청와대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경호 상황을 점검하고 대통령의 동선, 대면할 인사들을 정한다. 방문 당일은 훨씬 복잡하다. 경호원을 비롯해 많은 수행원이 한꺼번에 현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혼잡을 빚기도 한다. 그 때문에 대통령의 재난지역 방문 취지와 맞지 않게 복구작업에 방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신발 투척' 사건으로 ‘열린 경호’를 추구해 온 경호실에 비상이 걸렸기에 이날 대통령이 방문한 장소마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주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피해 지역을 살펴보고, 피해지역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부차원의 조속한 피해복구와 재정지원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던 주민들이 대통령을 박수로 맞이했고, 자원봉사자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대통령을 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또 다른 수해지역인 강원 철원군 이길리를 찾아 고무장갑을 끼고 복구작업에 동참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17년 7월에도 충북 청주의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빨래를 하는 등 복구 작업에 일손을 보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짧은 시간 되도록 많은 곳을 둘러본 이날 대통령의 일정은 아쉽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손을 걷어붙이고 봉사활동을 할 경우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2012년 9월 18일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경북 성주군 예산리 수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에 땀 흘리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국민도, 당시 그의 초심을 그리워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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