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 청년이 사라져간다

입력
2020.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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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력 고령화의 주범은 청년 감소
출산추이상 젊은 인력 양적 감소 불가피
교육 통한 질적 향상으로 대안찾아야




우리나라 노동인구가 앞으로 빠르게 고령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의 증가가 아닌 젊은 인구의 감소가 노동 인력 고령화의 주된 요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현재의 성별ㆍ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이 유지되고 통계청 중위인구추계가 실현되는 경우, 5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065년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4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는 1,300만명에서 580만명으로 급감하고, 이로 인해 55세 이상 인력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에서 50%로 높아질 것이다.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35세 미만 인력의 비중은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경우 30년 후에는 11%로 낮아질 것이다.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젊은 노동인구의 빠른 감소는 우리 노동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 취업자들은 최신의 지식과 숙련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습능력, 적응력, 지리적ㆍ사회적 이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청년취업자들은 새롭게 부상하거나 빠르게 확대되는 산업부문의 신규인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채워 주는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젊은 노동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되면 필요한 부문에 특정한 인적자본을 가진 인력을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노동시장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그리고 줄어드는 청년 인력을 다른 유형의 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청년취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산업은 인력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청년취업률을 높임으로써 젊은 노동인구 감소 규모를 줄이는 방안과 교육 및 노동시장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청년 인구 감소가 초래할 문제들을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선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인적자본의 질과 부문 간 배분 및 이동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청년 인구의 양적인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선 인적자본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로 알려진 영유아기 양육과 보육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 교육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에 발맞추어 창의성, 유연성, 적응력, 소통 능력 등 미래 세대에 요구되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에서 전공 간 칸막이를 낮추고 새로운 학문 분야나 과정을 쉽게 개설하게 한다면 노동시장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동성이 높아진 노동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정 일자리 맞춤형 교육보다 지식, 정보, 숙련을 빠르게 습득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반적인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더 바람직하다.

기업의 채용 및 훈련 시스템 변화도 요구된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기업은 점차 신규 채용 대신 기존 직원이나 전직자의 재교육ㆍ훈련을 통해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노동 수급 불균형 때문에 꼭 필요한 유형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고용시스템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이 재교육ㆍ훈련ㆍ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국인 구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 위험 증가에 대응하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구직ㆍ전직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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