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된 여론조사 추이는 '여당 하락, 야당 상승'으로 요약된다. 특히 '정치적 성향이 없다'고 밝히는 '무(이)념층' 응답자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무념층의 경우 정치 이해관계보다 경제 상황이나 도덕성 논란 등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여당의 의회 독주에 특정 정치적 이념이나 색깔이 없는 국민들도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통계 분석 결과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모름’ 또는 ‘무응답’이라고 답한 무념층 응답자의 여야 지지율 격차가 한 달 새 '오차범위 밖 민주당 우세'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바뀌었다.
7월 2주차(6~10일)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무념층의 여야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2.2%, 미래통합당 23.5%로 8.7%포인트 격차가 났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7월 9일) 관련 여론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7월 3주차(13~17일) 주간 집계에선 여야 지지율이 28.4%와 26.6%로 오차범위(±2.0%포인트)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 지지율 격차는 7월 4주차에 각각 32.9%와 23.0%로 벌어졌지만 7월 마지막 주 들어 다시 흔들렸다. 전ㆍ월세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여당 주도로 전광석화처럼 국회를 통과(7월 30일)한 7월 5주차(27~31일) 여야 지지율은 30.9%와 24.1%로 격차가 좁혀졌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 등 야당발 '전세 붕괴' '월세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온 8월 1주차(3~7일) 조사에선 여야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초근접한 27.3%와 26.7%로 각각 집계됐다.
무념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진보’, ‘보수’, ‘중도’가 아닌 ‘모름ㆍ무응답’이라고 표현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이들은 ‘정치 이슈보다 경제와 사회 이슈에 반응하는 집단’으로 분류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무념층은 정치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면서 경제 이슈나 사회ㆍ문화 이슈를 선택의 기준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중도라고 답하는 응답자는 오히려 정치 정체성이 명확한 데 비해 정치 성향을 ‘모름’으로 답하는 사람은 ‘샤이(shy) 표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선거에서 표를 행사하지 않는 소극적 유권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의 여론 추이는 일반 민심을 측정하는 지표로도 여겨지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무념층의 민심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들의 민심 추이를 유심히 살피는 분위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여당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 이념,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지지층이 결집될 것”이라며 “결국 무념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나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무념층 유권자를 전체의 10~20% 가량으로 판단한다. 배종찬 소장은 “무념층 유권자는 투표에 소극적일 수 있지만 선거에서 여야의 쟁점이 경제나 부동산 이슈로 흐를 경우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선 정치적인 구호보다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공약이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