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걷다, 쉬다…대청호반 ‘거리두기’ 드라이브

입력
2020.08.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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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대청호반 마음 쉼터

지난달 기준 773명, 회남면은 보은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으면 ‘물 맑고 인심 좋은 고장’으로 얼버무리게 마련인데, 회남면 홈페이지의 소개 글은 시쳇말로 ‘안습(안구에 습기가 촉촉하게 맺힌 상태)’이다.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인하여 옥토는 수몰되었고 현재는 경사도가 심한 박토만으로 농업 수입이 저조하여… 대청호 주변 음식업을 중심으로 발전을 모색 중에 있으나 각종 규제로 인하여 어려운 실정임.’ 눈물겹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호수 마을 풍경이 참 아름답다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다. 그럼에도 잔잔한 수면은 상처받고 모난 마음을 달래고, 바쁘게 달려온 일상에 여유를 선사한다.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 보은 옥천에 걸쳐 있다. 주변으로 ‘대청호오백리길’이 조성돼 있지만 자동차로도 쉽지 않은 거리다. 호수 따라 차를 몰다가 호젓하게 쉬거나 산책할 수 있는 대청호반 쉼터를 소개한다. 코로나19로 지쳐 가는 이때,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에서 ‘거리두기 여행지’로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은 회남면 소재지부터 출발한다. 회남면 소재지는 대청댐 수몰지역 주민들을 위한 이주 단지다. 산자락이 호수와 접하는 언덕에 자리 잡아 건너편에서 보면 마을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숫가에 설치한 목재 산책로를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회남면 소재지에서 대전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조금 이동하면 널찍한 주차장을 갖춘 남대문공원이 있다. 뒤편 산꼭대기에 있는 호점산성의 남문이 있던 마을이라는 의미다. 공원 한쪽에 세운 수몰 유래비에 보은 출신 김사인 시인의 ‘아이들 자라 고향을 묻거든’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별 총총한 여름밤, 미루나무 신작로 길, 가재와 다슬기들의 시내, 가을 감나무와 저녁 연기, 벚꽃 만발한 교정’ 등 회남면의 옛 풍경들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이 모든 추억과 사연을 삼켜 버린 호수 풍경에 잠시 마음이 저리다.

다시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 대전 동구로 연결된다. 호수는 그대로인데 카페와 펜션, 식당이 하나 둘 늘어난다. 도심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표시다. 수몰민의 향수를 담은 신촌리애향탑 인근(대전 동구 신촌동 84-4)에 제법 큰 주차장이 있다. 호수로 가늘게 파고든 지형에 대형 카페가 여럿 들어서 있다. 카페 전망도 좋지만 주차장에서 물 건너 보는 풍광도 운치 있다.



계속 차를 몰아 대청댐 방향으로 접어들면 주산동전망대가 나온다. 주차장 바로 앞에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 사이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이 모습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조금 더 올라가면 추동마을에 ‘대청호반 자연생태공원’이 있다. 도로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기 편리하고, 주변에 카페와 식당이 있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다시 대청댐 방향으로 약 17km를 달리면 로하스가족공원에 닿는다. 산길, 호수길, 마을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드라이브 코스다. 로하스가족공원은 카라반과 글램핑 시설을 갖춘 캠핑장으로 주차장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한다. 공원 주변 호숫가에 ‘대청호오백리길’이 연결돼 있다. 공원을 중심으로 좌우 1.5km 구간엔 별도로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라는 명칭을 붙였다. 산책로를 조성하며 심은 단풍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자생하는 아름드리 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숲길을 걷다가 무심하게 놓인 벤치에서 한참을 쉬어도 좋다. 호수 맞은편은 한때 대통령 별장으로 이용되던 청남대다.

대전=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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