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브 레바논 총리, 결국 사임하나

입력
2020.08.11 01:03


하산 디아브(61) 레바논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오후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4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로 200여명의 사망자와 6,000여명의 부상자가 나온 이후 일주일 만이다. 지난 주말에는 1만여명의 반(反)정부 시위대가 정부 부처를 급습하는 등 강도높게 항의하자 장관들이 줄줄이 사임해 사실상 내각 구성을 다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알자지라는 이날 "디아브 총리가 여러 장관의 사임 이후 직접 내각 사퇴를 표명하는 국가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정권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미 4명의 장관을 비롯해 여러 장관들이 사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디아브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10일 내각 회의에서 조기 총선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시프 히티 외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마날 압델 사마드 공보부 장관과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부 장관, 마리 클로드 나젬 법무부 장관 등 4명이 이미 사임을 표했고, 가지 와즈니 재무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총 5명의 장관이 사임하거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레바논 헌법상 내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명의 장관이 사퇴하면 내각을 다시 구성해야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사드 하리리 전 총리 내각이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은 디아브 총리가 출범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다. 그러나 디아브 총리가 사임하면 레바논은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채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총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레바논 국민들은 정부의 관리 소홀로 지난 6년 동안 베이루트 항구에 고위험 폭발물질인 질산암모늄을 저장돼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미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무능함과 부정부패에 민심은 수습될 수 없을 정도였다. 디아브 내각이 경제 위기나 코로나 대응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폭발 참사로 인해 민심은 현 정권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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