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주택 문제가 당연한 최고의 과제”라며 “최근 정부와 여당은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했고 이는 주택ㆍ주거 정책의 종합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언급한 ‘주택 시장 안정화’와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의 근거는 뭘까.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례까지는 제시하지 않아 정확한 근거를 알기는 어렵지만 최근 부동산가격 관련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 발언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6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올라 전 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7ㆍ10 부동산 대책’ 이후 여전히 플러스 상승률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최근 4주 동안(0.09%→0.06%→0.04%→0.04%) 상승폭은 차츰 낮아지는 모습이다.
경기도 역시 0.18% 올라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를 두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승률 둔화 추세와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매매가격 상승세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수도권에서도 구리시는 0.48% 급등했다. 정부가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를 짓겠다고 밝히면서 환경개선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해 바로 옆 갈매지구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평가다. 남양주(0.33%)도 GTX 호재 영향 등으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컸다.
세종시 아파트는 매매가격 역시 2.77%나 급등했다. 전주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급등세다. 세종 아파트값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28.40%에 달한다. 한국감정원은 "정부부처 이전 논의에 따라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세종시 전역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매매가격과 함께 집값을 구성하는 전셋값은 대통령의 “안정”, “진정” 발언을 무색케 한다.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된 영향으로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올 들어 최고 상승률(0.17%)을 기록하며 58주 연속 올랐다.
이는 전 주(0.14%)보다 오름폭이 더 커진 것으로,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말 조사 이후 8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이었다. 전국 전셋값은 서울보다 높은 0.20% 올랐고, 수도권(0.22%)과 지방(0.18%) 모두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커졌다.
이를 두고 새 임대차법 시행을 전후해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거둬들이며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감정원은 "임대차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역세권과 학군 양호 지역, 정비사업 이주수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세 공급이 급감하고 있는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전셋값이 0.30%나 급등했다. 재건축 거주 요건까지 강화되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려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강북권에선 성동(0.23%)과 마포(0.20%) 등이 많이 올랐다.
경기권까지 전셋값 오름세가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경기의 전세가는 0.29% 올라 전주(0.2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수원 권선구(0.66%), 용인 기흥구(0.64%), 구리시(0.62%) 등에서 전셋값이 급등했다.
비수도권에선 세종시의 상승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세종 전세가격은 이번 주 2.41% 올라, 올 들어서만 벌써 19.15% 상승했다. 대전(0.45%)과 울산(0.33%), 충남(0.25%) 등도 크게 상승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세가격이 떨어진 곳은 제주도(-0.04%)가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