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일보 8월 11일 만평
입력
2020.08.10 16:11
배계규
기자
배계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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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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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내년 의대 신입생 100명 모집… 60명 증원
울산대학교가 내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을 100명으로 확정했다. 울산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올해보다 60명 늘어난 100명으로 확정해 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다고 30일 밝혔다. 당초 배정된 증원 규모의 75%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울산대 의대 신입생 정원을 기존 40명에서 80명 늘어난 120명으로 정했으나,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자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 내 자율모집을 제안한바 있다. 울산대 관계자는 “증원 인원 100% 반영 시 발생할 학생과 교수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했다”며 “의과대 학사 운영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울산대 의대는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 202명 중 190여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학교 측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아 ‘유효 휴학’은 아니다. 울산대는 전날인 29일 예정이던 개강일을 2주 후인 다음달 13일로 연기하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이다.
尹-李 첫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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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尹 우이독경, 마이웨이에 시간 허비... 민생 대안 내놔라"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전날 열린 첫 영수회담에 대해 내린 공식 평가다.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총선 민심에 화답하기는커녕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는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계기로 민생 회복과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한 의제들에 대해 일일이 거부 의사만 밝히면서 시간을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담 전에는 윤 대통령이 많이 듣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 주장과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놨다. 우이독경, 마이웨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고 이는 국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전날 용산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민주당 측 인사로 배석했다. 후속 회담에 대해서도 조건부를 달았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가동되려면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는 민생 회복조치가 무엇인지 대안을 내놓고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용산을 향해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일시적 방편으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향적 입장 전환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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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 반대 이유는 전범 과거사 탓?
유럽 등 각국이 동결한 러시아 해외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쓰자는 미국의 제안을 놓고 서방 주요국들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체 동결 자산의 3분의 2를 쥐고 있는 유럽연합(EU), 그중에서도 독일의 반대가 심해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EU 회원국 등에 묶인 러시아 자산은 2,820억 달러(약 375조 원)로, 우여곡절 끝에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액(608억 달러)의 4~5배 수준이다. 미국은 자산 몰수야말로 전쟁을 매듭지을 결정타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의 망령이 러시아 자산을 빼앗아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자국 내 외국 자산 압류가 국제법 원칙을 거스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유럽의 직접 충돌로 비화할 수 있고, 유로화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이유 중에는 과거 전쟁 배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러시아의 '불법 침략 행위'를 이유로 자산을 압류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간, 도리어 '가해자'였던 자국의 과거사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주저한다는 의미다. WSJ는 G7 중 "한국 등으로부터 배상 청구를 받고 있는 일본 역시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유가족 등에 900억 달러(약 124조 원)를 지원하는 등 전후 배상 문제는 모두 정리됐다는 게 독일 내 정서다. 하지만 2022년 폴란드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독일 정부에 배상금 1조3,000억 달러(약 1,786조 원)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스도 3,000억 달러(약 413조 원) 이상을 청구했다. 독일 정부는 "종결된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다. 독일은 이탈리아와도 엮여 있다. 나치 독일은 1943년 무솔리니 정권 붕괴 후 연합군이 점령한 이탈리아를 침공해 학살·강제 노역 등을 자행한 바 있다. 이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이탈리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이탈리아가 부동산 등에 대한 압류 움직임을 보이자 독일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다른 국가에 대한 재판권 행사를 주권 침해로 보는 국제법상 '국가 면제' 원칙에 따라 독일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라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손배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 후 자산 압류가 잇따른 것과도 비슷하다. 이 와중에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외국 자산 몰수 법을 만들었다간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수가 어렵다면, 동결 자산에서 비롯되는 이자 등 초과이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 이 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결 자산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 연간 30억∼50억 유로(약 4조4,000억∼7조3,000억 원) 상당의 이자수익을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월 공식화한 제안이다.
하이브 vs 어도어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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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보다 '매출'이 중요해"... K팝 시장 시끄러운 이유, 전부 비슷하기 때문이다
①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문제 삼은 하이브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베끼기) 의혹 ②걸그룹 르세라핌 라이브 실력 논란 ③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자필로 쓴 '연애 사과문' 파문. 최근 K팝 시장을 들썩이게 한 세 가지 이슈엔 공통점이 있다. '진짜 창작', '진짜 가수' 그리고 '진짜 사과' 즉 모두 '진짜임'을 확인하기 위해 불거진 갈등이거나 논란이다. 아이돌그룹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와 점점 비슷해진 것이 논란의 근원이다. 엇비슷한 군무에 익숙해진 K팝 팬들은 아이돌의 가창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평가하기 시작했다. K팝 기획사들은 콘텐츠 차별화 대신 "우리 가수가 팬들에게 이렇게나 진심이다"라는 것을 부각하는 '진짜 마케팅'에 주력하며 아이돌이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사과문을 쓰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멀티 레이블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K팝 기획사들이 매출 올리기에 급급해 콘텐츠가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되면서 그 한계가 연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을 앞세워 세계 음악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K팝 시장에서 '진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킹(열)받을 만한 뉴진스와 아일릿의 안무 비교.' 요즘 유튜브엔 이런 내용의 영상들이 올라온다. 아일릿 멤버들이 노래 '마그네틱'(2024) 무대에서 왼팔을 들고 비스듬히 서 오른팔로 원을 그리며 흔드는 춤 등이 뉴진스의 '디토'(2022) 포인트 안무와 비슷하다는 내용이다. 아일릿과 뉴진스는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음악기획사) 소속이다. 지난달 '마그네틱'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K팝 팬들은 아일릿의 같은 회사 선배 뉴진스에 대한 오마주라 여겼지만, 민희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 프로듀싱을 한 점을 강조하며 "안무, 의상 등 모든 영역에서 하이브가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 공식이 비슷해지면 독특함이 기성품이 된다"고도 했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아이돌그룹을 잇따라 내면 '제 살 깎아먹기' 경쟁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11개의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다. 빅히트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등 과반이 K팝 관련 레이블이다. 카피 의혹의 '집안(하이브) 싸움'이 격렬하게 일고 그 갈등이 밖으로까지 표출됐다는 건 K팝 시스템에 대한 제작자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주식 자본에 K팝 기획사가 잠식되면서 소위 '돈' 되는 특정 음악 스타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K팝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YG엔테테인먼트가 조직 분산의 의미에서 서브 레이블 전략을 취했다면, 하이브는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성했다"며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이 보여준 K팝의 다양성은 문화적 다양성이라기보다 소비, 즉 상품의 다양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비슷한 성공 방정식으로 양적 팽창만을 중시하는 K팝 산업이 한계에 부딪힌 징후라는 설명이다. K팝 아이돌그룹이 개성을 잃고 평준화되면서 '진짜 가수'를 향한 팬들의 갈증도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선 르세라핌의 가창력 논란이 거셌던 배경이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악이나 스타일, 안무 등에서 특성을 점점 찾기 어려워지다 보니 K팝 팬덤이 아이돌그룹의 정체성을 가창력에서 찾는 것"이라며 "철저히 산업적 시스템에서 제작되는 K팝 아이돌그룹에 가창력으로 '진짜 가수' 임을 확인하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기획사와 팬덤 모두 '진짜'라는 수식어를 두고 K팝 시장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진정성을 부각하는 '진짜 마케팅'이 K팝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획사들은 팬덤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브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위버스와 SM이 가수와 팬들의 소통을 유료로 중개하는 버블 등이 대표적이다. K팝 소비문화를 다룬 책 '망설이는 사랑'을 낸 안희제 작가는 "K팝 기획사들은 작품을 통해 팬덤을 탄탄히 하기보다 회사 차원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굿즈(가수 관련 상품)와 자체 예능프로그램 같은 콘텐츠로 가수에 대한 팬의 마음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콘텐츠에 대한 차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진짜 마케팅'은 K팝 기획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연애를 하자 일부 K팝 팬들은 "왜 배신했니?"라고 트럭 시위를 벌이며 사과를 요구했다.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배우 이재욱과 교제를 인정한 뒤 자필로 쓴 사과문을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성인이 누군가와의 사랑을 공개 사과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 건 K팝 아이돌이 팬덤에 속박된 그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K팝 기획사들이 아이돌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지나치게 부각해 벌어진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강은교씨는 논문 'K팝 아이돌의 자필 사과문'에서 "손글씨로 쓴 사과문으로 아이돌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존중을 과잉 해석한 기획사의 '진정성 마케팅'으로 팬덤은 그 요구를 점점 당연시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아이돌의 감정 노동의 무게는 갈수록 무거워지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진정성을 과도하게 증명해야 해 "연애하기 힘든 K팝 스타"라고 미국 CNN방송이 지목한 카리나는 지난 2일 결별 소식을 공개적으로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