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부동산 대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언급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그간의 '입법' 중심에서 '감독'으로 전환됐음을 선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악화된 여론을 다독이기 위해 앞으로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해 주는 후속 대책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도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대상으로 변화시켜 가야 한다"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 대해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정책의 실효성이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관계장관회의에서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가동 중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향후 감독기구의 모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부터 1차관 직속으로 13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대응반을 출범시켜 △부동산 실거래ㆍ자금조달계획서 조사 총괄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ㆍ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법안이 모두 통과된 만큼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실행과 감독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며 "새 기구가 설치된다면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한국감정원 등 범 정부 기관을 아우르고 인력이 대폭 보강되는 형태가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의 불만을 잠재울 보완책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임차인 보호도 주요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며 "앞으로 중저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경감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1주택자 재산세 부담 완화 대상으로 시세 5억~6억원 이하 주택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10월에 중저가 부동산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투기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는 최대한 구제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실태 진단이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높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역시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임대차3법 도입으로 전월세 공급이 급감하거나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최근 전월세 시장의 전세가격 상승은 "임대차3법 도입 효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