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메~ 음메~ 살려달라는 울음소리에 어느때보다 긴장이 되네요"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전남소방본부 구조대원 6명이 폭우를 피해 지붕 위에 올라간 황소 구출 작전을 벌인 지 2시간만에 소 한 마리가 3일만에 땅을 밟았다. 물속에서 하루 동안 발버둥치며 살아 남은 소들은 지붕 위에서 다시 하루 꼬박 새우고 나서야 구조된 셈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구례군 직원들과 소방대원들은 마취총과 중장비 등을 동원해 지붕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소떼 구조에 돌입했다. 마취총을 맞아 주저앉은 소도 있고, 마취주사를 맞고도 서있는 소는 한발 더 발사하는 장면도 목격됐지만 이미 소들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구조대원들은 주저앉은 소에 다가가 기중기 갈고리에 연결된 구조벨트를 머리와 앞발, 뒷발 부분에 걸었다. 무사히 내려온 소도 있지만 1톤 가까이 나간 소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며 목부분에 벨트가 걸리자 빠르게 기중기를 내려 목을 매단 상태의 소를 착지시키기도 했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주민들은 구조한 소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오후 1시까지 4마리를 구출한 대원들은 옆집 지붕으로 옮겨 구출작전을 계속했다. 기중기 고리에 걸 줄을 묶으려는 동안 소가 경계심을 드러내자 지루한 버티기가 시작됐다. 기운이 빠진 소는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다행히 이장이 줄을 풀어주자 일어났다.
구조된 소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빗줄기가 맺혔지만, 붕괴된 주택 주변에서는 소 여러 마리가 죽은 채 놓여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구례지역 가축 봉사활동에 나선 한 수의사는 "이번 수해에서 살아남은 소들이 남은 생도 건강하게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폐렴 증세를 보이는 소들에 해열제 주사를 놔주고 있지만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남소방본부 장광문 대원은 "말을 못하는 동물이라 구조에는 더 힘이 들지만, 살려고 애를 쓰는 소들은 보고 구조에 더 긴장을 했다"면서 "오늘 밤까지 지붕에 있는 소들을 다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부터 내린 폭우에 가장 피해가 많은 양정마을은 전체 115가구 중 50여 농가의 소 1,500여 마리 중 4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